2014/11/27~30 3박 4일 더블린 part2
1.
구글링해봤지만 닥터마틴 새 신발을 빨리 길들일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나보다.
불친절한 영국인들 같으니. 신을때부터 편하게 만들면 어디가 덧나나. 불편하게 하루종일 걸어다녔더니 아주 발바닥이며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까지 다 저리다. 계속 신고다니면 하체근육발달에 도움은 될 것 같지만 관광이 노동도 아니고. 호스텔 입구에서 나눠주는 더블린관광지도 쇼핑편에서 템플바 거리에 있는 빈티지 숍을 발견했다. 샌들을 꺼내신고 가방에 양말을 넣고 빈티지 숍 부터 찾아갔다. 내 사이즈는 260인데 이쪽 사이즈 7호를 신으면 타이트하게 맞는다. 들어가자 여느 한국의 빈티지숍과 다르지 않았다. 부츠, 군화가 모여있는 코너로 가니까 복숭아뼈 높이까지 올라오는 7호짜리 부츠가 딱있었다. 39유로. 잠깐 고민했지만 따질때가 아니기도 하고 딱 맞아서 오래 신자 하고 바로 신었다. 카운터로 다가가 한쪽 다리를 한껏 들어올려 보여주자 주인이 태그를 떼며 중국인이냐고 물었다. 한국인이냐니까 미안하다며 신용카드에 적힌 Hwang이 중국 성인줄 알았단다. 대뜸 얼굴만 보고 그런게 아니라 그럴싸한 이유로 오해해주니까 그리 기분나쁘지 않았다. 황씨는 중국에 더 많으니까. 스스로가 이해안가지만 여전히 일본인으로 오해받으면 그러려니 하는데 중국인으로 오해받으면 기분나쁘긴 하다. 음 뭐랄까 얼굴이나 이런것 보다 내 스타일이 구린가? 혹은 과한가? 하고 생각하게 되니까 ㅋㅋㅋㅋ 어디서 왔냐고 해서 서울에서 왔다니까 평양은 아니지? 하고 물었다 ㅋㅋ 응 평양 아니야 근데 가보고 싶어, 빨리 통일되면 좋겠다. 하니까 그러면 독일의 경우처럼 너희 남한사람들이 돈이 많이 들거라고 했다. 이 아저씨 한국오면 우파일세. 그래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해주고 왔다.
2.
오늘은 혜리랑 효원이를 만나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에 가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 이 팔리는 스타우트 맥주!!! 스타우트 맥주는 검어질때까지 로스팅한 보리를 이용해 만드는 맥주를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 기네스의 색깔은 진한 루비레드이다. 밀도가 높아서 완전히 검어보이지만. 그리고 거품의 입자가 고와 완전히 하얗게 보여서 완벽한 흑백의 색깔이 기네스의 상징이 되었다.
가는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기네스 로고가 생겨진 쇼핑백에 기념품들을 사가지고 돌아오고 있었다. 덕분에 길찾기가 쉬웠지. 을씨년스러운 공장건물들이 늘어선 골목으로 들어가서 코너를 돌자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벽 사이에 문이 하나 있었다. 들어가니까 완전히 현대적인 시설의 입구를 사람들이 가득 매우고 있었다. 1인당 18유로,,, Old Jameson Distillery때와 달리 사람이 엄청나게 많고 투어도 조별로 진행되지 않는다. 사람들을 해치고 걸어들어가면 각 층별로 맥주의 제조공정과 각 공정에서 기네스만의 특수성이 큰 시설물들과 글로 잘 설명되어있다. 1층은 맥주를 만드는 재료가 주인공이다. 넓게 진짜 보리 낟알들을 직접 만져본다. 보리를 직접 보는건 보리차 끓일때 말고는 처음이다. 맥주는 이 보리에서 추출한 당을 효모작용를 통해 알콜로 바꾸어 마시는 음료다. 맥주는 가루낸 보리를 끓여서 Malt를 만든다. 몰트는 당이다. 그리고 효모를 넣으면 효모가 당을 먹고 알콜을 싼다. 사실 우리가 좋아마지 않는 알콜이란 미생물의 배설물이다. 그러고보니 보리는 Barley. 아일랜드 발음으로는 [바아ㄹ리]인데 [보리]랑 발음이 거의 비슷하다. 검색해보니 로망스 어족(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에서는 전혀 다른 단어인데 게르만 어족(독일어, 영어)에서는 다 [보리]와 발음이 비슷한데 어원이 중앙아시아의 수메르지역에서 출발해서 북유럽과 한반도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http://beergle.tistory.com/trackback/33
그다음은 홉. 호프집 할때 Hop. 홉은 희망이 아니라 맥주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들어가는 삼과의 식물이다. 홉 넝쿨의 모형이 천정부터 바닥까지 내려와있다. 홉은 맥주의 맛을 결정하는 양념이다. 시고 쓴맛과 각종 과일향 꽃향기 등 수입맥주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향과 맛은 어떤 종류의 홉을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홉이 없는 맥주는 그저 밍밍한 달다구리 알콜음료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맥주가 개성도 없고 맛도 없는 까닭은 이 홉이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게 들어가기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재료의 일정함량이 충족이 안되면 맥주로 분류하지도 않는데 당연히 우리나라 맥주는 그 어느것도 일본에서 맥주 취급을 못받는다. 또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주세가 세계 최고 수준(독일의 100배;;)인데다가 생산원가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라서 원가가 올라가면 주세도 같이 올라간다. 맥주에는 제조원가에 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세 가지 세금이 붙는데 다합치면 세금이 제조원가의 112%가 된다. 제도라서 주류업체는 어떻게든 생산원가를 낮추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재료가 터무니없이 싼값에 공급되지 않는 이상 싼값에 좋은 술을 마신다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있다는거지. 그런데도 우리나라 술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이상할 정도로 싼 편인데- 정확히 말하면 싼 술이 많은거지. 세금이 112%가 붙은 소주 한병이 천원도 안한다, 원가가 얼마일까를 생각해보면 진짜 옘병 사람이 먹을 수 있는게 아니다. 근데 그거 술집에서 팔면 도매가에 3배, 4배로 3000원, 4000원에 팔리니까…… 그냥 병값보다 싸게들여 만든 술을 생산원가의 10배정도에 사먹는다고 생각하면 흠…… 원가 대비 소매가격을 생각하면 존나 명품이다. AC진짜. 뭐 이래 나라가. 소주는 가장 사치스럽게 몸을 망치는 방법이다.
그 다음은 물. 기본저긍로 맥주의 재료는 보리, 홉, 물 딱 이 세가지다. 머리위로 인공폭포가 막흘러가는 가운데 기네스 맥주를 만드는 물의 수원지의 풍경이 나온 사진과 절대, 한번도 물을 리피강에서 끌어오지 않았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ㅋㅋ
그리고 맥주 만드는 과정이 실제크기의 설비와 함께 층마다 현재 브루마스터(공장장?)의 동영상 설명과 함께 나와있어 조금씩 올라가다보면 진짜 재밌다. 보리를 로스팅 하고 그라인더로 갈아서 물과 홉과 이스트를 넣고 끓이고, 그 몰트를 발효시켜 알코올이 만들어지면 통에 넣어서 숙성시키면 맥주가 완성이 된다.
모든 과정, 옛날 맥주를 담았던 오크통을 만들었던 공정과 사용된 연장들, 기네스 맥주를 운반하는데 쓰였던 기차와 배의 모형까지 보여준 후 기다리던 테이스팅 시간을 제공한다.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들어가자 하얀 방안에서 요상한 냄새가 났다. 네개의 기둥에서 수증기와 함께 냄새가 올라오는데 하나는 상쾌한 홉, 하나는 단내나는 몰트, 하나는 로스팅된 구수한 보리, 하나는 오줌냄새나는 이스트(효모) 향이다. 밖에서는 제일 지독한 몰트 냄새때문에 누군가 바닥에 며칠전에 맥주를 쏟은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정체가 이거였다니.
그리고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다함께 작은 잔의 맥주를 맛보며 맛을 음미한다.
그리고 다시 한층을 올라가면 가장 맛있게 따른 기네스 맥주 , ‘Perfect Pint’를 직접 따라보는 체험이 있다. 한무리의 사람들 앞에서 맥주 따르는 법을 시범을 보인다음에 한사람씩 자기 맥주를 따르고 나오면서 옆에있는 타블렛에 이름과 이메일을 입력하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나올때 이름이 박힌 수료증과 함께 이메일로 단체사진이 전송이 된다.
그리고 맥주를 들고 두층을 더 올라가면 있는 Gravity Bar에서 더블린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직접 따른 맥주를 마신다. 이 얼마나 알차고 신나는 투어인지.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온것 같기도 하고. 어제 Jameson 때도 그렇지만 갑자기 이런 투어를 위해서 세계적인 양조장을 차리고 싶다는 야망까지 생길 정도다. Jiyong Brewery Ultimte Tour!
투어를 마치고 셋이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투어가 길다보니 우리가 맥주를 마실때 다들 완전히 공복이었는데 그탓인지 다들 술기운이 올라 잔뜩 나른한 상태였다. 어제 만난 브라질 친구들과 토요일을 맞아 놀기로 했는데 다들 약간 지쳐버렸다. 저녁을 먹고 다들 졸리고 다리아프고. 그냥 들어가려는데 내가 동네 펍이라도 가서 한잔 하자고 해서 동네 펍으로 갔다.
진짜 동네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아이리쉬 펍. 남자들은 한 테이블을 둘러싸고 시끄럽게 떠들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고 바에 앉아있는 머리벗겨진 아저씨는 나를 위해 기꺼이 자기 옆자리를 비워줬다. 또다른 아일랜드 맥주인 Smithicks 를 마셨는데 역시 ㅠㅠ 감동 그자체다. 여기는 진짜 작은 펍에 가도 생맥주 탭이 4~5개는 최소한 구비되어있으니까 집에서가 아니면 멸균맥주따위를 마실 일이 없지. 다음날 먹은 아이리쉬 페일 에일인 Ohara도 진짜 맛있었다.
그렇게 축구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있다가 브라질친구들한테 다시 연락이 와서 결국 만났다. Gay-Friendly Bar로 가자고 했다. 나는 게이 프렌들리 라고 해서 게이들에게 차별이 있는 공간이 많은 가보다 하고 함께 갔는데 게이 프렌들리 바는 그냥 게이 바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여자도 들어오는 게이 바…… 이사도라, 사마라, 혜리,효원 이렇게 여자 네명과 내가 있고, 그리고 레나토와 클라우디가 게이. 그리고 한명두명세명네명 자꾸 늘어나는 그들의 친구들이 다 게이 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브라질 게이 ㅋㅋㅋㅋ 하나같이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에 터질듯한 근육을 쫄티로 드러낸 이 열정적인 친구들은 우리가 잠시라도 앉아있는 꼴을 못보고 계속 와서 춤을 추자고, 춤을 추라고 보챘다. 나는 그맘때쯤 미친듯이 졸려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끌려나가서 또 그들을 실망시킬 수 없어 열심히 스탭을 밟았다. 애들 좋아해서 기쁘긴 한데 왜이렇게 숨이 차노 ㅋㅋ 들어오면 또 끌어내고 들어오면 또 끌어내고. 근데 또 여기 남자는 죄다 게이인데 이 친구들이 내가 너무 즐겁게 어울리면 혹시라도 오해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옆에서는 혜리가 오빠 혹시 모르니까 매력 풍기지 마요 ㅋㅋㅋㅋㅋ 이러고 있고 ㅋㅋㅋ 어쨌든 재미있는 밤이었다. 그래도 거의 자발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춤을 추는건 나한테는 정말 흔한 일이 아닌데. 한국이었으면 오히려 쪽팔려서 못했겠지. 아 그 와중에 “이렇게 괜찮은 남자들이 죄다 자기들끼리 사랑에 빠져있으니까 내가 애인이 없지” 라던 아련한 푸념이 들렸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ㅋ
더이상 버틸수 없을만큼 피곤해졌을때, 나는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빠져나왔다. 너무 졸려서 가다가 길에서도 잠들 수 있을것 같은 지경이었다. 더블린에는 은근히 노숙자가 많다. 근데 다들 젊어서 좀 신기하다. 그리고 다들 똑같은 파란색 침낭을 가지고 있다. 번화가면 바닥에 앉아서 파란 침낭을 두르고 종이컵을 하나 들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지나가는 사람을 직접 붙잡아서 돈을 달라고 하거나 고개를 들고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저 말없이 앉아서 떨고있는게 대부분이다. 근데 다들 되게 깔끔하다. 옷도 막 지저분하거나 그렇지 않고 그냥 일어서면 기껏해야 배낭여행자 정도 로 밖에 안보인다. 목걸리나 귀걸이 같은 악세사리를 하고 있는 사람도 많고 신기할정도로 20대 이상으로는 도저히 안보이는 사람들만 홈리스다. 파란색 침낭은 아마도 노숙자들을 위해서 제공되는 물건 같다. 선진국의 복지란 상상도 못할 영역까지 미친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인도나 서울역의 보기만해도 절망적이었던 노숙자들을 생각하지 마음이 복잡했다.
그리고 다음날 마침내 나는 캠프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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