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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2014/11/27~28 part1

2014/11/27~30 3박 4일 더블린  part1


1.

바다를 건너고 UK 상공을 나는 동안 아래로는 구름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파리에서 환승한 Cityjet 비행기는 작은 비행기라 먼저 활주로에 내려서 공항 건물로 다시 들어갔다. 더블린의 공기는 시원하고 맑다.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하지만 놀랄만큼 시계가 맑았다. 먼지하나 없이 맑은공기를 한껏 들이마시자 기분이 금새 좋아졌다. 짐을 찾아서 공항출구쪽으로 향하자 tourist informatin center가 있었다. 호스텔에서는 공항에서 aircoach를 타고 O’connell’s street에 내려서 Luas(트램)로 갈아타면 찾기 쉽다고 쓰여있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의 쾌활해보이는 여직원이 잠시 전화를 받느라 내가 서있는동안 옆에 서있던 푸근하게 생긴 아이리쉬 아저씨가 샌들하나 신고 있는 나를보고  

“신발이 그게 뭐야 춥지 않아?” 하고 물었다 

“인도에서 지금 막 오는 길이거든요, 일단 신발부터 사야겠어요”

영어로 뭐라 했었는지 기억이 잘안난다. 암튼 아이리쉬들의 발음이 나는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듣던대로 칙칙하지 않고 다들 웃음을 짓고 있었다. 뭘 팔기위한 목적이 아닐때는 사람을 잘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는 인도의 샹놈들이랑은 다르다. 

검은 구름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붉은 노을빛이 아주 예뻤다. 더블린에는 지하철이 없어서 공항철도 말고 aircoach라는 공항 버스를 타면 30분 정도면 우리나라의 광화문 정도 되는 O’Connell’s Street에 도착 할 수 있는데 6유로 밖에 안하고 2층 버스라서 아래 짐을 놓고 꽤 좋은 경치를 감상하면서 갈 수 있다. 그리고 무료 와이파이가 있다!! 나중에 안거지만 더블린의 시내버스에는 모두 무료 와이파이가 있다. 그래서 와이파이가 급할때는 버스정류장 근처에 서있다가 버스가 와서 신호를 기다릴때 잽싸게 로그인해서 볼 일을 볼 수도 있다. 혜리한테 카톡을 보냈다. 혜리는 호방하게 간호사일을 때려치우고 더블린으로 6주전에 어학연수를 와있는데 내가 더블린에 머무르는 동안 함께 놀아주기로 약속했었다. 내가 날씨도 너무 마음에 들고 공기가 너무 좋다고 하자 연신 ‘그말 후회할텐데……’라며 의미심장한 대사를 계속 날린다. 

5시가 조금 넘어가지만 도로는 뻥뻥 뚫려있다.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볼때도 온통 초록빛 들판 사이로 난 길에서 교통 체증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없었다. 시내 외곽으로 진입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의 깔끔하고 예쁜 건물들이 보이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더블린은 자전거 천국이었다. 인도에서 지긋지긋하게 우리를 짜증나게 하던 오토바이는 길가다가 하루에 두, 세대 정도 볼까 말까이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우리나라 처럼 으리으리하고 번쩍번쩍하는 수백만원 짜리 자전거는 아니지만 네팔에서 흔히 봤던 심플한 구조의 MTB나 로드 싸이클, 그리고 픽시 자전거나 싱글기어 자전거를 많이 탄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전거들처럼 으리번쩍한건 거의 없고 다들 오래탔는지 조금씩 페인트칠이 벗겨져있거나 한데 그게 엄청 멋있다. 한국에서는 돈 주고 사려해도 사기 힘든 빈티지 픽시 자전거들이 여기는 진짜 서울 배달 오토바이보다 흔하다. 한 5개월 자전거를 안타봤는데 갑자기 자전거 타고싶어 죽겠다. 재밌는건 여기 안전수칙이 엄격한지 다들 헬멧을 쓰고 앞뒤로 경광등을 달고, 형광색 조끼를 입고 탄다. 우리나라에서 교통경찰이나 도로공사할때나 입는 형광조끼인데 자전거 타는 사람들 마다 다 그걸 입고 타니까 좀 웃기기도 하다. 처음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다 경찰이나 공사장 인부들인지 알았는데 코트를 입고도 위에 그걸 다 입고 타고 있었다. 

오래 되었으면서 현대의 감각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더블린 시내를 감탄하면서 버스를 타다가 결국 한정거장 더 가서 내려버렸다. 그래서 트램을 타지도 못하고 호스텔까지 25분 가까이 걸어가야했는데 덕분에 가장 유명한 중심가들을 미리 다 볼 수 있었다. 


파리공항에서 인도에 있는 동안 정지시켰던 한국 핸드폰을 다시 살렸는데 셀룰러는 꺼놨지만 묘하게 GPS는 작동을 해서 지도에서도 경로검색같은건 안되는데 내가 어디있는지는 지속적으로 확인이 되었고, 더블린 시내가 제법 정리가 잘되있고 중심가가 그리 넓지 않은지라 금방 호스텔을 찾을 수 있었다. Generator호스텔은 제법 큰 호스텔이다. 1층(여기선 Ground Floor)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펍이 갖춰져있고 24시간 따뜻한 물이 나오고 매일 청소가 이루어지는 공동 욕실, 그리고 2층침대 두개씩이 있는 남녀혼성 도미토리에는 각 침대마다 아래위로 콘센트와 독서등이 달려있으며 침대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푹신하고 침구도 깨끗하다. 문명세계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들인데 이런거에 감동 받는 내 자신이 좀 슬프기도 하지만 ㅋㅋ 인도에 있을 땐 별로 불편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와선 어떻게 내가 그런걸 견뎌냈지 싶을 정도다. 


2.

그나저나 배도 좀 고프고 더블린에 왔으니 뭘 좀 먹어볼까 했다. 해는 이미 졌지만 사실 5시밖에 안됐다. 

혜리는 절친 순영이의 절친인데 메리제인때 몇번 만났다. 인도에 가기 전에 순영이가 혜리가 일을 그만두고 아일랜드 어학연수를 준비중이라는 얘기를 해서 나도 캠프힐에 가게 되면 종종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함께 일을그만둔 친구 효원이와 더블린에 방을 얻어 살고 있는 혜리네 집으로 놀러갔다. 내 호스텔이 있는 Smithfield 광장은 더블린을 가로지르는 Liffy강의 북쪽에 있고 혜리는 강의 남쪽에 살고 있다. Liffy강을 끼고 바로 북쪽에는 O’Connell’s street과 길게 이어진 쇼핑센터가 있고바로 강을 건너면 역시 더블린의 명동과 같은 쇼핑가와 거의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Trinity College가 있다. 그 쇼핑센터는 영화 Once의 첫장면에서 Glen Hansard 노래를 부르던 바로 그 쇼핑센터인데 지금도 여전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노숙자가 달려와서 돈이 들어있는 기타가방을 들고 달려가던 그 길을 따라 조금 가면 마침내 그 노숙자를 잡았던 St.Stephen’s Park가 나온다. 깨끗하고 좋은 공원이다. 공원 옆으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길거리 먹거리장터 같은게 열려 있는데 호텔 결혼식 가면 있는 원탁 만한 거대한 화로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숯 위에 그릴, 그위에 고기를 올려 햄버거, 소시지를 굽고있는데 뭐랄까 스펙타클 하다.사실 여기는 다음날에나 갔고 혜리네 집으로 갈때는 그냥 지도보고 최단거리로 갔다. 더블린 자체가 워낙 작은 도시라서 따뜻한 옷과 편안한 신발만 있다면 주요 관광포인트는 다 걸어서 다닐 수 있다. 리피 강이야 파리의 센강보다 좁아서 우리나라 웬만한 6차선 도로 건너는게 훨씬 오래 걸리고 여행자들이 모이는 Temple Bar 거리고 뭐고 다해도 이대에서 신촌정도 거리밖에 안된다.  

원스에 나왔던 악기점도 보인다 



핸드폰을 다시 살려서 로밍을 켜놓고 데이터는 꺼두었는데 신기하게 셀룰러 데이터가 작동하지 않아도 GPS는 작동해서 내가 있는 곳을 확인하면서 길찾기가 쉬웠다. 혜리와 효원이가 사는 집은 그저 영화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남자가 여자를 데려다주다가 키스를 나눌법한 그런 4층짜리 아파트였다. 더블린은 원래 문으로 유명하단다. 각 집마다 근사한 모양과 각각 다른 색깔이 문들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언제나 구름이 가득하고 부슬비가 내리고 겨울에는 밤도 빨리 찾아오는 아일랜드지만 티없이 맑은 차가운 겨울공기는 상쾌하기만 하다. 인도에서는 언제나 뭔가 타고 썩는 냄새가 베이스로 깔려있었는데. 추위에 지레 겁먹고 인도에서 사온 야크털 점퍼는 너무 크고 두꺼워서 첫날 입고 입지 않았다. 그냥 가디건 하나 입고 다녔는데 조금 으슬하게 춥기는 해도 부들부들 할 정도는 아니어서 괜찮았다.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흐린 가을날씨다. 나는 땀이 많아서 특히나 해가 빛나는 날에 많이 걷는걸 싫어하는데 더블린은 일단 밤이 짧고, 공기는 차갑고, 바람은 거의 불지 않고, 습하지 않고 적당한 습도도 있어서 나한테는 완전 천국이다. 하루종일 걸어도 덥지도 않고 땀도 안나고 목을 훤히 내놓고 다녔지만 인도에서 좀처럼 안떨어지던 감기가 오자마자 나았다. 

혜리와 효원이네 집에는 혜리의 어학당 친구인 이스라엘 이 있었다. 이스라엘? 했는데 맥시코 이름이란다. 조금 무뚝뚝한 목소리와 말투의 이스라엘은 맥시코인 하면 떠오르는 정열적인 마초맨이 아니라 영국이나 러시아 출신일것 같이 푸른눈과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혜리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줘서 오랜만에 신나게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맥주를 한껏 마셨다. 12시가 다 되어서 돌아갔는데 이스라엘이 친절하게도 내가 길을 잃을까봐 자기 집보다 제법 먼 내 호스텔 근처까지 데려다주었다. 


호스텔에는 런던에서 여행온 한국인 유학생들이 먼저 와서 자고 있었는데 다들 어렸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일어나서 하루종일 관광하고 일찍 들어오는지 내가 12시쯤 들어오면 항상 잠들어 있었다. 처음에 아침에 나때문에 불도 안켜고 이것저것 하느라 불편해 보여서 내가 어차피 도미토리니까 편하게 불켜도 된다고 했더니 그다음날에는 5시부터 불을 확 켜버리고 떠들어대서 내가 조용히 하라고 또 짜증을 냈다. 


3.

더블린 관광 첫코스는 역시 Old Jameson Distillery. 

마침 내가 있는 호스텔과 바로 옆건물이라 바로 갈 수 있었다.제임슨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리쉬 위스키로 3번증류하여 부드러운 맛과 편안한 목넘김이 특징이다. 사실 위스키하면 발렌타인밖에 모르는 사람도 많고 대부분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떠올리지만 위스키의 원조는 아일랜드다. 제임슨 위스키만 해도 1740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투어는 조별로 진행이 되는데 티켓은 14유로다. 무척 쾌활한 티켓판매대 여직원은 “풔~티 유뤄~”라며 매력적인 아일랜드 발음으로 티켓을 건내주었다. 더블린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중에 진짜 아일랜드 사람은 절반도 안되는것 같지만 확실히 여기는 물건사고 그럴때 진짜 친절하다. 항상 들으면 기분 좋으 ”You are very welcome!” 그리고 길을가다가 어깨빵을 하거나 살짝 몸이 닿거나 내 앞을 가로막았거나 하면 언제나 ‘Sorry~’하고 말한다. 한국에선 보통 째려보지. 나는 ‘Sorry’라고 들을때마다 친절함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막상 나는 그게 버릇이 안되서 항상 한박자 늦게 ‘It’s Okay’하는 바람에 들리지도 않을거다. 

20분정도 위스키 견학전에 위스키를 한잔 마시면서 기다렸다. 사실 제임슨 위스키는 부드러워서 마시기 좋지만 개성이 약해서 나는 싱글몰트 스카치를 훨씬 선호하는데 기분탓인지 무척 향기롭고 맛있게 느껴졌다. 30~40명정도가 들어가자 소극장이 있었다. 소극장에서 20분정도의 영화를 틀어줬는데 18세기의 더블린, Mr.Jameson 을 만나러 온 영국인 신사는 증류소의 여러공간을 지나면서 위스키 만드는 광경을 견학한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Mr.Jameson의 고집을 강조한다. 보통 [제임슨]하고 읽지만 사실 아일랜드 발음으로는 [제머선]이라고 발음한다. 영화를 끝내고 보리를 고르고 몰트를 만들고 숙성과정까지 얼마나 중요한가 배우고 스카치 위스키, 아메리칸 위스키, 아일랜드 위스키를 모두 비교해볼 수가 있었다. 테이스팅이 끝나면 모두가 프리드링크도 하나씩 받았다. 

 


델리에 도착하던날 기차에 등산화를 놓고 내린 덕분에 신발이 슬리퍼와 샌들밖에 없어서 전날 샌들을 신고 돌아다녔더니 발이 너무 시렸다. 어차피 1년 지낼거니까 신발을 하나 사야겠다 하고 다음날 오전에 아침을 먹고 쇼핑거리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어젯 밤에 꽤 많이 걸었어서 이미 거리가 낯익었다. 백화점까지는 아니지만 쇼핑센터가 쭉늘어선 거리로 들어갔는데 마침 그날이 블랙 프라이데이 라서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20%이상 세일하는 제품들이 많았다. 신발 아울렛 같은 곳에서 닥터마틴 3홀을 94유로에 사서 그자리에서 바로 신고 나왔다. 재밌는건 닥터마틴과 유사한 반값 정도의 저가형 제품들이 다 같이 전시되있었다. 혜리를 만나서 점심을 먹고 쇼핑센터와 거리를 구경하다가 효원이까지 만나서 다시 집으로 갔다. 혜리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브라질 유학생 3명이 함께 사는데 오늘 혜리와 효원이를 초대했다고 함께 가자고 했다. 효원이가 돼지고기와 간장만으로 궁중떡볶이를 만들어서 가지고 갔다. 동사변화표를 벽에 붙여놓을 정도로 영어가 서툴어서 귀여운 3명의 브라질리언은 레나또(남), 이사도라(여), 사마라(여)다. 역시 열정적인 브라질리언들인지라 보자마자 깊은 포옹으로 인사를 했다. 서로 못알아 듣는 말도 많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해도 예~ 와우~ 반응은 완전 뜨겁다. 각각 8유로씩 내서 500ml(여긴 작은캔은 아예 없는듯 ㅋㅋ)  맥주 48캔을 사와서 마시기 시작했다. 좀 있다가 클라이드 라는 또다른 브라질리언 친구도 오고 좀 더 있다가는 사우디 아라비아출신의 두 친구까지 (심지어 전통의상을 입고 ㅋㅋㅋㅋ)와서 집안이 꽉 찼다. 대략 5개 이상의 인종과 3개 국가출신의 최대 20살 터울의 친구들이 모여서 편하게 술마시고 이야기하는게 참 낯설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이미 아내가 두명인 사우디 친구(한명은 압둘라 였는데 한명은 까먹었다) 한테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막 추궁하기도 하고 나는 브라질 친구들과 브라질 음악 이야기를 하는데 신나서 한참을 유튜브로 서로 음악을 틀어주고 한국에서 나이를 세는 법에 대해서 임신한 날부터 한살로 치는거냐 그러면 정확히 내가 수정된 날짜를 알 수가 있는거냐 뭐 ㅋㅋㅋㅋㅋ 

1시가 다 되어서 호스텔로 돌아가는데 새 닥터마틴때문에 뒷꿈치가 까져서 엄청 아프다. 하긴 항상 신발을 구제로만 샀지 새걸 사서 길들여본적이 없구나. 한 한달은 고생해야한다는데 큰일이다 발이 너무 아프다. 한시가 지났지만 더블린 중심가는 한창이다. 진짜 홍대 생각이 많이 난다. 클럽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이나 술에 취해 길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재밌는건 인도에서 맨날 보던 자전거 택시가 여기도 몇대 있다. 물론 여기는 자전거가 엄청 깔끔하고 좋아보이고 승객들이 춥지 않게 비닐로 바람막이도 쳐져 있다. 하긴 요즘 홍대에도 한두개 보이기는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