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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2014/11/24~27 다시 델리, 그리고 더블린으로


2014/11/24~27  다시 델리, 그리고 더블린으로 


1

마지막밤. 

시계방향으로 타로상 찬울이 정탁이 지영이

아침일찍 일어나서 짐을 싸는데 나보다 타로상이 먼저 일어나있었다 

타로상이 같이 나가서 해뜨는거 보지 않겠냐고 해서 둘이 길을 나섰다.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아서 붉게 물든 칸첸중가를 볼 수 있었다. 이이나~ 스고이나~ 키레이나~ 하다가 반대쪽 언덕을 올라가자 칸첸중가의 반대편으로 보이는 산에서 이미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해뜨고 지는걸 볼때마다 느끼는건데 생각보다 빨리뜨고 빨리진다.

 해는 육안으로 충분히 지루하지 않을만큼 빠른속도로 올라오면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일출이니 일몰이니 꼭 봐야되!! 하는 편은 아니지만 보면 확실히 좋긴 하다. 다시 방으로 돌아오는길에 타로상이 짜이 한잔을 사줬다. 이젠 모든게 마지막인거 같아서 마음이 이상하다. 방으로 돌아가서 짐을 다 싸고 나오려고 하니까 찬울이와 정탁이도 일어나서 배웅해주겠다고 나왔다. 원래 아무도 안깨우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지영이 뺴고는 다 따라나와서 미안했다. 큰길가로 나가자 바로 택시기사가 와서 ‘실리구리? NJP?(뉴잘페구리 역)하고 물었다. 짐을 싣었는데 혼자만 가는게 아니라 다른 손님들을 기다려야 한다. 한참을 서서 기다리다보니 추운데 아무도 오질 않았다. 타로상과 친구들한테 미안해서 먼저들어가라고 했지만 계속 기다려주었다. 30분정도 기다렸을까 타로상이 버스는 없는지 알아보겠다며 잠깐 언덕아래로 내려간 사이에 인도인 커플 이왔는데 3명만으로 바로 출발하기로 했는지 기사가 타라고 했다. 10명 꽉 채울때까지 출발안할 줄 알았는데 괜찮은 녀석이다. 타로상한테 인사를 못하고 와서 미안하지만 출발했다. 세명밖에 없는 탓에 맨 앞자리에 혼자 탈 수 있었다. 뒷칸에 쪼그려서 올라올때는 무지하게 힘든 길이었는데 앞좌석에 여유있게 타자 길이 재미있었다. 다즐링~굼을지나 죽내려오는 길에 있는 마을에서 아침부터 분주하게 학교를 가고 아이를 데려다주고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틈을 지나 3시간을 내려와서 실리구리에 도달했고, 커플은 실리구리에 사는지 어디 깊숙한 동네에 내려주고 NJP로 갔다. 출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우선 간단히 식사를 하고 UpperClass waiting room에서 기다렸다. 하하 두번째 3A 클래스다. 라즈다니 익스프레스는 뉴잘페구리에서 델리까지 단 9번밖에 멈추지 않고 가는 인도에서 가장 빠르고 좋은 기차에 속했다. 사이드석이지만 누워서 발뻗을 공간도 충분했고 실내도 KTX만큼 깔끔했다. 물론 인도사람들이 그걸 계속 깔끔하게 둔다는건 아니다. 조그만 쟁반에 담긴 기내식이 바닥에 막 굴러다니고 있었고 내가 가방을 넣어야 할 자리에는 누군가의 거대한 가방이 자리를 꽉 차지하고 있었다. 내 아랬자리에는 핀란드인 할아버지가 탔는데 둘다 가방을 넣을 곳이 없어서 두리번 거리다 옆자리 사람들한테 누구 가방인지 아냐고 물어봤지만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그냥 밑에 있던 가방을 끄집어 내고 내걸 넣으니까 저쪽에서 보고있던 가방주인이 와서 가져갔다. 뻔뻔하긴. 군인들이 많았는데 군인들이 모두 AC클래스를 탄다는것 자체가 인도사회에서 군인들이 중상위계층에 속한다는걸 의미하는것 같다. 내 티켓에 식사가 포함되어있는 지는 알았지만 그렇게 밥을 열심히 챙겨줄 줄은 몰랐다. 뭐 잠깐 누우면 와서 Veg? Non Veg?하고 물어본다. 논 베지 라고 하면 치킨커리와 밥, 달(콩들어간 커리), 짜파티로 이루어진 식사가 나왔다. 하 밥먹은지 얼마 안됐는데. 어차피 인도기차는 계속 누워서 가니까 사실 한 20시간 넘게 이동해도 심심해서 뭐 먹고싶을 뿐이지 별로 배고프지도 않고 먹어도 소화도 잘 안되서 일반클래스에 탈때는 moong dal (렌즈콩을 튀겨서 양념한 과자) 한두봉지와 물만 가지고 타서 심심할때 먹고 주로 아무것도 안먹었는데 얘네는 쉴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식사가 나올때마다 엄청 맛있게 먹는다. 근데 다 먹고 나면 접시를 그냥 바닥에 막 내려놓고 좀있으면 승무원들이 와서 주워간다. 물론 인도인들은 최소한의 배려가 없기때문에 그 접시의 음식물 찌꺼기가 의자아래 있는 내 가방에 묻던 말던 신경도 안쓴다…… 영화를 보고 글도 쓰고 하다가 곧 잠들었다. 자는데 또 깨우더니 저녁식사를 놓고 갔다. 대충 조금 먹고 다시 내려놨다. 좀 있으니까 또 빵과 차를 가져다 줬다. 티백과 크림,설탕을 먼저 주고 나중에 뜨거운 물이 담긴 작은 컵을 가져다줬는데 나는 그냥 티백만 받아서 생수병에 담가놓고 잠들었다. 기차는 별로 멈추지도 않았고 빠른속도로 달려서 아침무렵에는 이미 바라나시에 도착해있었다. 바라나시에서 뉴잘페구리 가는데 17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인도는 땅이 넓어서 문제라기보다는 기차가 느려서 문제인거다. 뭐 툭하면 멈추고 안개끼면 느릿느릿 가고 하는데 철도가 가장 발달한 중북부 힌두스탄 평원의 광활한 지역은 쓰레기태우는 냄새 가득한 아침저녁이면 항상 껴있으니까. 

스웨덴에서 일하는 핀란드 할아버지를 만났을때 나는 늘상과 달리 별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것저것 물어볼까 걱정을 했고 이것저것 물어오지 않아서 실망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제패니즈인줄 알았다고 했다. 스웨덴이라니 너무나 멀고도 막연하고 아는것이 없어서 두려웠던 것이다. 

모르는 것이란 이렇게 두렵다. 중국인과 일본인 미국인 을 만날때 막연한 친근함이 다르다. 적어도 그나라에 대해 보고들은 바가 있으니까. 프랑스인을 만나도 조금은 알것 같다

인도 사람은 음 그렇지. 티벳 사람은 좋다. 

 하지만 이탈리아 핀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오스트레일리아,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나라의 사람들은 낯설고 무서웠다 그저 피하게 된다 

무지의 공포라는 것은 이렇게 아주 얕은 정도로도 드러나곤 한다. 

아는것이 많아야 실수하지 않는다. 아는 것이 많아야 겁내지 않는다 



2

예정도착시간보다 30분 늦게, 그러니까 거의 정시에 델리에 도착했다. 뉴델리역은 철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의 큰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행자거리인 빠하르간지 는 내가 내린곳 건너편에 있다. 여기가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헤매고 당황하는 곳이다. 음 그러니까 처음에 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뉴델리 역에 내리면 공항철도 입구 바로 앞에 뉴델리역의 큰 건물이 있고, 그 건물안으로 들어가서 육교를 건너서 반대편 건물로 나와야 빠하르간지 입구로 갈 수 있다. 그리고 여행자 전용 티켓 예매 창구도 건너편 빠하르 간지쪽 건물에 있다. 처음 빠하르간지에 올때 택시를 타고 왔던 나는 9월에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를 타고 델리에 왔을때 공항철도 앞에 있는 뉴델리역의 다른건물을 보고 그 건물이 내가 알던것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예매창구를 찾았는데 안보여서 당황했다. 그러면 인도인 한명이 다가와서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여행자 티켓은 특정사무소에 가야만 예약할 수 있다고 하고 거기까지는 오토릭샤로 20분밖에 안걸린다며 오토릭샤까지 잡아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오토릭샤를 타면 오토릭샤는 사설 여행사로 나를 데려가고 거기서 잘 빠져나오지 못하면 엄청난 바가지로 티켓을 사게 되는거다. 바라나시에서 만난 이한철&조정치 (이한철씨와 조정치씨를 닮아서 인도에서 만났다고 사진 올렸더니 은근히 믿는 사람이 많았다 ) 콤비는 여기서 향후 5일치 기차표와 호텔 예약까지 다 해줘서 5일만에 패키지 여행처럼 자이푸르-아그라를 다 구경하고  바라나시로 왔었다 ㅋㅋㅋㅋ 암튼 여기를 어떻게든 지나면 바로 빠하르간지가 있는데 저번에는 찾지를 못해서 나도 사설 여행사 사무소 까지 따라갔다가 도망나왔었다. 이번에는 안속아야지 하고 일단 건물안으로 들어갔더니 왼쪽에 계단이 있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서 계단을 올라가자 아래로 수많은 기차들이 늘어선 플랫폼을 가로지르는 육교가 있었고 육교를 통과하자 빠하르간지 방향의 뉴델리역 건물이 나왔다. 다시는 속지 않으리.




보통 아웃하는 날은 아쉽기도 하고 혼자인경우가 많으니까 사람을 좀 만날 수 있는곳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항상 가는 곳이 도미토리가 있는 호텔 파얄과 한국식당 쉼터다. 쉼터는 사장이 진짜 재수없어서 잘 안가려고 하지만 급할때 와이파이도 쓰고 한국사람들 정보도 얻을겸해서 델리에 갈때마다 한 두번은 들르게 된다. 파얄 싱글룸에 체크인을 하고 쉼터로 갔는데 아저씨 한 두분만 있었다. 파얄에도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게 어차피 델리는 처음 인도에 온날이나 인도에서 나가는 날만 들르는 곳인데 최근에는 중국동방항공의 엄청나게 싼 가격때문에 한국 일본 여행자들은 전부 중국동방항공 비행기만 타고, 그래서 동방항공 운항이 없는 날에는 한국인 일본인이 많이 가는 곧은 텅텅 비어버리는거다 ㅋㅋㅋㅋ 아오 심심한데. 

별수 없이 방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나가서 뭐좀 사먹었다. 아일랜드에 도착하면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혜리를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캠프힐에 있는 한국인 수진씨라는 분이 카톡으로 뭐 이것저것 가르쳐준게 고마워서 선물이라도 좀 사가야지 하고 나가서 다녔는데 진짜 마땅한게 별로 없다. 델리가면 다있지! 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델리에는 살만한 물건이 별로 없다. 우다이푸르에서 어디서 사람들이 쇼핑하려고 하면 내가 맨날 ‘어차피 델리가면 다 있는거 무겁게 지금 사지 말고 델리에서 사라’ 라고 했는데 미안 . 그리고 델리에서 쇼핑하는건 진짜 피곤하다. 빠하르간지에는 (물론 힌디들이 많은 지역은 어디나 그렇지만) 친구가 너무 많다. 나도 몰랐는데 페이스북친구 다합친것 보다 인도에 친구가 더 많은것 같다. 언제봤다고 마이 프렌드~ 아까 안산다고 했는데 또 마이프렌드 저스트 룩~ 원미닛 원미닛! 온리 헌드레드 루피~ 그런거 혹해서 가보면 결국 다 구라다. 어떤놈은 옷을 보여주더니 내가 안산다니까 100루피에서 40루피까지 부르더라. 40루피에 혹해서 입어봐도 되냐니까 입어보면 100루피란다. 뭐야 그게 개새야 진짜 ㅋㅋㅋㅋㅋ 나 헤나 안한다고 남자는 헤나 안한다고 안한다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왜 안하냐면서 졸라 정색하고, 아니 내가 하더라도 왜 꼭 너한테 해야되는데 ㅋㅋㅋㅋ 

메인거리에서 헤나 파는 놈들 중에 시바 라는 놈이 있는데 3년전에 지나가다가 한번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친해져버렸는데 그게 실수였다. 하루에도 몇번씩 지나가는 길인데 지나갈때마다 불러서 악수하고 헤나하라 그러고 핸드폰 빌려달라해서 자기 사진찍어달라고 하고 썬글라스 달라해서 쓰더니 또 사진찍어달라하고 사진찍으면 자기한테 보내달라고 하고, 와인샵 어딧냐니까 가르쳐주더니 올때 자기도 한병 사달라고 하고. 왜왜 왜그래야 되는데 내가! 암튼 뻔뻔한놈이랑 친구가 되서 엄청 피곤했던 기억이라 이번에 델리에 왔을때는 일부러 그쪽 안쳐다보고 불러도 못들은척 하면서 지나쳤는데 딱 눈이마주치자 그녀석이 나를 알아봤나보다. 자기 기억못하냐고, 우와 나는 그렇다치고 너는 여기 한국인이 얼마나 많은데 나를 알아보다니 니가 더 신기하다. 3년전에 내 귀걸이를 보더니 자기거랑 우정의 증표로 바꾸자고 하도 졸라서 바꿨었다. 내가 제법마음에 들어 하던거였는데 이상한 놋쇠고리 같은거랑 바꿔서 잘때마자 이불에 귀걸이가 껴서 그녀석한테 받은거 버렸었는데 이번에 만나니까 아직도 내가 준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다른사람들이 달라고해도 친구한테 받은거라 절대 안줬다며. 그러니까 또 약간 뭉클해지기는 한다. 헤나 해준다고 해서 나는 헤나 안한다고 타투를 하나 할까 싶은데 지금 돈이 없다고 했다. 참고로 내 목뒤에 있는 옴 타투는 3년전에 우다이푸르에 2500루피정도 주고 했었다. 한국에서라면 거의 두배 이상 비싸니까 잘 한거기는 한데 이놈들도 처음에 내가 할생각으로 물어볼때는 그정도 이야기하다가 돈없어서 안한다니까 800에 해주겠다고 까지 했다. 인도가서 문신세기려는 사람은 참고. 증명사진 정도 사이즈 타투는 800정도면 충분히 바가지 쓰고도 할 수 있다. 

혼자 심심해서 코넛 플래이스에 갔다. 코넛 플래이스는 둥근 광장을 끼고 하얀 건물들이 둘러서있는 쇼핑가인데 값비싼 브랜드 매장들이 잔뜩 늘어서있다. 그리고 구석에는 물론 골라골라 시장도 있다. 한바퀴 쭉 돌았지만 별거 없어서 그냥 돌아오려는데 폐쇄된 지하철 출구같은 계단 아래 시궁창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노인이 보였다. 살짝 고개를 내밀기만 해도 악취가 나는 시궁창의 썩은 물 옆에서 노인은 빨래를 하고 있었다. 벌어진 셔츠사이로 앙상하고 이것저것 흉터인지 트러블인지 나있는 피부가 보였다. 계단 조금 위쪽은 노인의 집인듯 했다. 2층침대 하나보다 작은 크기로 박스와 나무조각을 세워 지붕을 놓고 그아래 시커먼 이불 한조각이 깔려있었다. 마침 길을 건너야 하는데 차가 계속 지나가서 건너지 못하고 계속 멍하니 서있었다. 10분 이상 제자리에 멈춰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지갑에서 100루피 짜리를 꺼내서 노인의 이불 위로 던졌다. 


3

아일랜드에 도착하면 추울것 같아 후드달린 긴팔셔츠를 하나 샀는데 그러고나니 저녁식사 하고 공항까지 갈 돈도 간당간당 했다. 뒷골목을 다니며 일단 선물을 뭘 살지를 결정하고 그에 맞춰서 그만큼만 돈을 더 찾아야지 하고 뒷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영어가 아주 유창한 남자하나가 와서 그냥 이야기하자며 말을 걸었다. 나한테 인도에서 봉사활동하냐고 해서 아니라고 오늘 일본으로 돌아가냐고 해서 나는 한국인이고 오늘 아일랜드로 간다고 했다. 가서 뭐하냐 해서 봉사활동 한다고 했더니 왠지 내가 봉사활동 할것 같았다고 하면서 옆에있던 자기 가게에서 차나 한잔 하자고 했다. 뭐 나는 바가지 쓸래도 지금 돈도 없고 시간은 남아돌고 심심한차에 들어갔다. 그녀석의 가게는 뭔가 정체성이 없었다. 그 뒷골목 가게들은 보통 팔찌나 가죽공예품의 재료들을 파는 가게들과 호텔들만 있는데 이녀석 가게는 물건으로 가득차있지도 않고 그냥 벽에만 공예품들이 전시되어있을뿐 물건이 많지가 않았다. 뭐 이야기끝에 자기가 힐러 라면서 나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생일을 물어보더니 차크라에 대해서 알고 있냐며 사람의 몸은 머리, 목, 심장, 배, 다리 어쩌고 하는 7개의 차크라의 흐름으로 결정되는데 지금 나는 차크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생각이 지나치게 많고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뭐 이래저래 자기가 도와준 한국인 친구가 있는데 자기가 예언한대로 4번째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결혼상대를 찾았다면서 7가지 색깔의 돌을 이용해서 각 색에 해당되는 차크라를 수련하고 몸의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어차피 누구한테나 말해도 끄덕끄덕할 말이기는 하지만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라던가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해야되 라던가) 인도사람이 음양오행설에 가까운 말을 하는게 신기해서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나는 겉으로 보이고싶어하는 것과 달리 자기자신에 대해서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하고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차크라의 흐름이 엉망이라 한가지에 집중을 못한다. 또한 여성적인 차크라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여성들과 쉽게 친구가 되기는 하지만 여성들에게 남자로 어필하지 못할때가 많다는 얘기도 했다. 뭐 분하지만 맞는 말이니까. 말을 좀 적게 하고 천천히 하란다. 이런게 도움이 되려나 ㅋㅋㅋ 그러면서 이 모든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7개의 돌을 가지고 하루에 두개씩 매일 수련을 거듭해야 하며 자기가 적어주는 만트라(주문)를 통해 하루 5분씩 수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ㅋㅋㅋㅋ 그래 결국 돌을 팔려는 거구나. 그래서 돌이 얼만데? 하니까 7개에 2400루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장난치나 ㅋㅋㅋㅋ 물론색깔있는 돌 들 인도에서 반지로 목걸이로 많이들 팔기는 하는데 뭐 그냥 쌩 돌가져다가 무슨 2400루피여 여기 돌가게가 얼마나 많은데 ㅋㅋㅋㅋㅋㅋ 나는 최대한 기분좋게 나오고 싶어서, 제의도 고맙고 조언도 고맙고 이론도 재미있고 도움이 되지만 여기 오기전에 네가 나에게 그냐 이야기하자고 해놓고 결국 뭔가를 팔려고 해서 기분이 조금 상했고 다른 가게에 더 싼것도 많이 본것 같은데 굳이 너에게서 사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행마지막이라 루피가 부족해서 2400루피를 다 낼 수는 없다. 돌 하나정도라면 목걸이를 만들어서 가지는 것도 괜찮겠지만 역시 네가 제시한 금액은 너무 비싸다. 하니까 그러면 하나만 하라면서 목걸이로 만들어서 230루피에 주겠다고 했다. 근데 지금 돈을 내고 저녁에 와서 찾아가라고 했다. 나는 저녁이 되면 내가 그걸 무척 후회할것 같아서 그냥 니가 만들어놓으면 그때와서 가져가겠다. 돈을 미리내고 나중에 오지는 않겠다 고 했다. 그러니까 그럼 180에 돌만 팔테니까 니가 다른가게가서 목걸이 만들어라 라고 했다. 나는 그건 또 귀찮다고 했다. 그러니까 잠시기다려 보라더니 한 15분 후에 목걸이로 바로 만들어서 가져왔다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애쓴다. 거의 한시간 반 가까이 나랑 이야기했는데 그래 너도 고작 230루피 벌었구나. 내가 기쁜마음으로 사주마 ㅋㅋㅋ 목걸이가 제법 예쁘다. 뭐 이걸보고 수행을 한다기 보다는 어쩄든 오늘 들은 이야기들은 내가 세겨야 될 이야기기는 하니까 목걸이를 볼때마다 마음가짐을 다시하는 의미로 삼기에는 괜찮다 싶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친구까지 했는데 혹시 관심있는 사람들 나중에 델리가면 한번 가보길. 우다이푸르에서 손금보는게 300루피인데 그거보다 훨씬 세세히 얘기해주고 더 싼 값에 이쁜 목걸이도 하나 가질 수 있다 ㅋㅋㅋ  


그나저나 차크라니 뭐니 결국 도가의 음양오행설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사람 몸과 그 안의 기운에 대한 학문이 이쪽에도 있는게 신기하다. 그러고보면 지금은 카톨릭화되었지만 아일랜드의 민속신앙인 드루이드 신앙에서도 드루이드들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자연과 하나되는법, 에너지의 흐름 등을 공부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샤먼으로 뭉뚱그려서 미신취급 당하는 고대의 주술사, 치료사, 선인 이라고 함은 사실 우주의 에너지의 흐름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파악해서 그때그때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지식인들은 아니었을까. 도가의 음양오행에서 사주팔자와 한의학의 기초가 나오며 우주와 사람몸의 에너지를 깨우치고 수행하기 위해 생겨난 가르침들이 우리가 무협소설에서 봤던 무당파, 화산파 하는 중국의 쿵푸 문파들이다. 만화 나루토 역시 음양오행과 인간의 정신에너지, 신체에너지에 기반한 차크라(기)를 소재로 이용하였고 만화 헌터X헌터 에 나오는 오오라(=차크라=기)와 넨능력 역시 사람이 고도의 수행을 통해 자신 내부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발휘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우주의 신비여 허허 , 어쩌면 전세계를 지배하는 뉴턴 물리학(그리스 철학)과 유일신 신앙만이 우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일한 이론들일지도 모르겠다. 물리학은 결국 대상을 쪼개고 쪼개서 그 작동원리를 파악하며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들을 증명할 수 없고, 유일신 신앙은 신의 존재를 인간 외부에 있는 거대한 힘으로 만들어 인간을 도구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만든다. 하지만 그리스철학과 유일신 신앙의 시대 이전에 전세계에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문화에서의 지식인들은 대부분 우주의 흐름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 내부의 에너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 것인가에 관심을 갖는다. 대부분이라니까 좀 모호하고 비약같지만 뭐 기를 쓰고 증명하려면 증명할 수 있을거다. 내 인생의 목적이 그게 아닐 뿐 


4.

뉴델리공항은 예쁘다. 

인도라는 나라의 개성을 참 잘 살려놓은것 같다. 

무뚝뚝한 공항 직원들은 좀 재수없지만 배낭을 접수하던 에어프랑스 남자승무원은(인도인) 무뚝뚝하게 접수를 끝내고는 나중에 시간나면 기타로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겠냐며 환하게 웃으면서 농담을 건냈다. 

델리공항 면세점 우와 양주 미니어쳐로 3+1로 파는데 진짜 살까말까살까말까하다가 안샀다. 바에서 250루피 정도에 킹피셔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데 킹피셔 생맥주 진짜 맛있다!! 

그리고 델리공항 게이트 안쪽에 따로마련된 까페가 있는데 인도 차나 옷같은 기념품(고급)제품들을 전통의상 입은 점원들이 우아하게 팔고 있다. 가운데는 너비 한평남짓에 깊이 발목정도 오는 꽃잎이 떠있는 족욕탕이 있는데 그 바로 앞에서 시타르와 대금으로 명상음악을 계속 연주하고 있었다. 마침 발이 깨끗하지 않아서 발을 담그고 한참 연주를 들었다. 옆에 수건까지 마련되어있어서 무척 상쾌했다.

에어프랑스 비행기를 타자 확실히 프랑스 느낌이 난다. 부조종사인지 팬츠수트를 입은 중년의 활기찬 여인이 윗단추를 하나 끌르고는 뚜벅뚜벅 지나가서 방송을 했다. 중국 항공기를 타면 단체관광객들이 떠들어대서 시끄러운데 프랑스비행기는 옆자리에 앉은 처음본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느라고 시끄럽다. 승무원들은 대부분 중장년이고 우리나라 승무원들처럼 외모가 출중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거의 아줌마들이고 남자가 반이고 피부에 심각한 트러블이 있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라면 이런거 큰 문제겠지. 우리나라에서 승무원이 되기위해 성형수술받아야 하고 어느정도 나이되면 다들 그만두는 걸 보면 참 다르다. 

탑승시간이 1시였기때문에 금방 잠에 들었는데 아침에 기내식준다고 깨워서 일어나서 앞에있던 모니터를 켜봤더니 최신영화들이 가득했다 ㅠㅠ 아 자지 말고 이거나 볼걸. 루시, 가디언즈오브 갤럭시, 비긴 어게인 다 여행하는동안 놓쳐서 아쉬운 영화들인데…… 가디언즈오브 갤럭시 보고 있는데 한참 재미있을때 착륙한다고 꺼져버렸다;; 한국어 더빙까지 있었는데. 오오 에어프랑스 오오 . 맨날 저가항공사 조그만 비행기타다가 큰비행기 타니까 확실히 조용하고 안흔들려서 좋다. 인도를 거쳐서 유럽을 가는게 진짜 추천할만하다.직항보다 싸기도 하고. 

샤를드골 공항에 새벽에 내렸는데 대합실에 피아노가 보였다. 확실히 예쁘다. 무료 와이파이가 20분이 끝인줄 알았는데 누를때마다 계속된다. 무한리필이다 쩐다. 밥먹으러 갔는데 불어로 주문을 못하겠다. ㅋㅋㅋㅋ 3년전에 왔을때는 그래도 불어 쓰면서 다녔는데 이제 입이 턱 막힌다. 괜히 나보다 잘할것 같은 사람앞에서는 내가 잘 하는 것도 움츠러드는 심리이려나 영어도 갑자기 짧아지고 말이 턱턱 막힌다. 자 이럴때 목걸이를 보고 외쳐 자신감! 9시간 분명 기다리기 긴 시간이지만 글 쓰고 밥먹고 글쓰고 뭐 그러다보니 이제 한 30분 후면 다시 비행기 탄다. 그리고 한시간 후면 꿈에 그리던 더블린이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