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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2014/10/11~13 바라나시~ 아잔타 ~아우랑가바드

2014/10/11 바라나시~ 아잔타 ~아우랑가바드


첨부하고 싶은 사진이 많지만 연결이 원활치 않다.

1.


바라나시에서 보낸 며칠은 의외로 즐거웠던 것임에 틀림없다. 

여행을 떠나올때 기대했던 동행들과의 왁자지껄한 며칠을 보냈다 

사실 한번에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서 좀 혼란스럽기도 했다. 

바라나시에 있던 한국인들이 꽤 많았고 계속 왔고 모두가 레바에 모였다. 

우리또래가 아닌 사람도 있었지만 적어도 우리또래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중에 한두번 만난 사람들이 꽤 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잠깐의 인사끝에 금방 같이 다니게 되었다. 

처음 도착하자 마자 레바 마루에 앉아계시던 한국분은 자전거 여행당시 제주도 아프리카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중재형님이다. 진짜 깜짝놀랐다. 레에서 만났던 화섭 누나랑도 같이 계셔서 더 재밌었다. 영화취향이 맞는데다 마침 맥 유저끼리라 영화도 공유할 수 있었다. 

윤이와 완선이는 레, 마날리, 맥간에서 모두 마주쳤었다. 처음 레에서 마주쳤을때 뭐 이래저래 얘기하다가 내가 “잘하면 마날리에서 보겠네요~”라고 하니까 완선이가 “괜찮은데요” 라고 장난으로 정색을 했었는데 그 이후로 진짜 마주칠때마다 “마날리에서 꼭봐요” 하면 내가 “아 괜찮아요 안봐도” 막 이러고 “저 오늘 뭐 샀어요~” 이러면 “관심없는데요” 이러면서 진짜 이름하나 안물어보고 3개 도시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렇게 지나쳤는데 결국 바라나시에서 만난 거다.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서 같이 술도 한잔하고 며칠 약속 없이도 계속 같이 밥을 먹게 됐는데 “이것도 인연이다”의 그 인연이 보통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어린 친구들이지만 붙임성 좋고 정도 많고 매력있어서 칙칙하고 칙칙한 오빠들로 가득한 바라나시에 활기를 좀 불어넣는것 같았다. (본인들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 해서 좀 재수없지만)

식사중에 집 얘기를 하는데 윤이가 지리산에서 자랐단다. 그래서 지리산 어디? 했더니 산내. 내가 어릴때는 함양군에서도 한참 골짜기라 오히려 함양읍보다는 함양군과 남원시의 경계지역 (뱀사골~칠선계곡 사이 일대)가 우리 가족의 생활권이었다. 외식이나 목욕같은 외출을 할때 주로 다니던 생활권이 일치하는 곳에서 자란거다. 나이차이는 있지만 목욕탕 입구나 짜장면집 고깃집 같은데서 어릴때 종종 만날 수도 있었을 터다. 같은 고향인 중학교 동창들도 대부분 함양읍을 생활권으로 하고 자라서 나랑 이런면에 공감대가 있는 또래를 만난건 정말 처음이다. 둘다 소름끼치게 놀랐다. 게다가 고등학교 한빛고 나왔대서 최인애 제종민 아냐고 물어봤더니 안다 ㅋㅋㅋㅋㅋ 서울에서도 홍대에 살았다고 인애랑도 종종 만났다고 하니 10년넘게 같은 생활권에 살아왔던 사람인 샘이다. 하하 착하게 살아야 돼 역시. 

페북 친구를 맺고 보니 함께 아는 친구 두 명이 있다. 근데 완선이랑도 함께 아는 친구가 있어서 누군가 했더니 무려 양종윤 ㅋㅋㅋㅋ 종윤이 군생활 잘하고 있니 


그리고 이들과 함께 있던 친구들은 또 마침 둘 다 부산사람이다. 보통 대구 사람이 더 많은데 부산 남자가 셋이나 모이니까 마음이 푸근해진다. 삼일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호준이와 나랑 동갑내기 세계일주중인 진우. 내가 성격이 별로라 금방 사람한테 질려서 혼자 다니는데 다들 재미도 있고 배려심들도 있는것 같아 잘 되었다. 그렇게 며칠 재밌게 지내다가 이들과 함께 남인도를 가기로 했다. 진우윤이완선이 미리 표를 끊어놔서 나는 같은 기차라도 타야지 하고 따로 표를 끊었는데 마침 같은 좌석으로 배정이 됐다.

출발 이틀전이었나 중국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송학이라는 형님을 만났는데 엄청나다. 진짜 로망이다 자전거 세계일주라니. 

다음날 호준이랑 민규랑 나가서 갠지스강 다이빙을 했는데 송학형님이 사진을 멋지게 찍어주셨다. 배가 조금만 덜 나왔어도 인생사진 나오는건데 아쉽다.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고 바라나시를 떠났다. 

두번째 타는 기차는 처음 탈때와 사뭇 느낌이 다르다. 

여행에서 동료를 만날때 성비가 얼마나 중요한가 말해주는 듯 하다. 뭐 먹을 때 말고는 다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리시케쉬~바라나시 와 달리 똑같은 20시간 기차임에도 불구하고 바라나시~ 잘가온의 기차는 쾌활했다. 날씨도 훨씬 쾌적하다. 딱히 덥지도 않고 딱히 불편하고 지루하지도 않다. 사실 리시케쉬에서 올때는 5명의 인도가족 사이에 우리 3명이 끼어있었던 지라 이래저래 앉기도 불편하고 자세도 불편하고 이래저래 불편한게 많았는데 지금은 우리 네명이 다 같은 칸에 있고 인도에서 본 사람중에 가장 점잖은 아저씨 한분과 나를보고 잽싸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한뒤 어퍼 침대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 인도친구 한명 뿐이라 훨씬 편한 분위기로 갈 수 있다. 처음에는 기타를 쳤다. 기차는 시끄럽고 기타소리는 작아서 딱히 다른사람한테 피해준다는 느낌없이 계속 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다가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서로 때리고 놀리고 거의 두 세시간은 그렇게 놀다가 어느순간 다들 지쳐서 각자 멍때리다가. 카드를 꺼내서 카드를 치기 시작했다. 카드게임이 종종 한사람만 바보되는 상황이 많이 연출되는 게임인지라 배를잡고 웃게 되는 일이 많았다. 지나가는 인도인들과 기차에 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끌기는 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잘 간다. 


기차에서 잠깐 탔던 인도 아저씨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뭐 전공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인도 철학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인도사람들이 낙천적인게 부럽다고 전에 5분이라 해서 걸어갔더니 5km 갔던 이야기를 했더니 폭소했다. 에어컨 안나오는 슬리핑 클래스 기차였지만 하리드왈~바라나시때와는 달리 전혀 덥지 않았다. 정차했을떄 조금 덥지만 대부분 달리는 중에는 바람이 불어 시원했고 밤에는 추웠다. 출발 전날에 이제 어차피 남인도로 갈거라고 짐을 줄이기 위해서 침낭을 팔았다. 그냥 옷가게 가져가서 물물교환을 할랬는데 한참 흥정하다가 갑자기 난입한 인도인에게 700루피에 팔았다. 그땐 돈생겨서 좋았는데 기차가 추우니까 침낭없는게 너무 서러웠다. 


2.

해가 막 뜰 무렵 잘가온에 도착했다. 그날 우리의 일정은 잘가온에 내려서 로컬버스를 1시간 타고 아잔타 석굴을 관람한다음, 다시 로컬버스를 2시간 반 타고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우랑가바드에 짐을 두고 로컬버스를 타고 엘로라를 방문하고 돌아와서 밤 버스로 함피로 떠나는것. 나로서는 인도에 와서 사설이 아닌 로컬버스를 처음타는 거였는데 소감은 “생각보다 진짜 괜찮다” 사설버스를 타면 대부분 장거리를 가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출발전에 여기저기 손님을 태우고 짐을 싣느라 기다리는 시간이 짜증나고 좌석이 정해져있어서 한번 불편하면 쭉 불편한 사설버스보다 한번 탈때의 만족도가 높은것 같다. 사람이 많이 안타면(대부분 많이 타지만 중남부 인도는 그래도 북부에 비해서 훨씬 널널한 편인듯)편한대로 햇빛을 피해 자리를 옮길 수도 있고 애매하게 뒤로 제껴져서 허리아픈 푸쉬백 버스보다 그냥 딱딱한 좌석이 허리에 더 편한것 같기도 하다. 

해가 쨍쨍한 오전에 아잔타 입구에 내렸다. 바라나시에서 대략 800km이상 남쪽으로 내려와서 잘가온에서 부터는 기후가 사뭇 달랐다. 햇빛은 뜨겁지만 습기가 없어서 바라나시보다 체감더위가 덜 했다. 내리쬐는 태양아래 끝없이 평원이 펼쳐져있고 사이로 자동차 길이 나있다. 인도 델리나 바라나시 근방처럼 울창한 밀림이 우거진건 아니고 탁트인 시야로 키작은 풀과 듬성듬성 나있는 큰 나무 그리고 약간의 관목들로 이루어진 초원기후, 스탭기후의 건기다. 태양아래 있으면 뜨겁지만 땀이나도 금방 말라서인지 찝찝하지는 않은정도고 그늘아래서 살랑이는 바람을 맞고 있으면 그냥 있을만 하다. 건조해서 벌레도 없고 기분나쁜 냄새도 안나고. 이래저래 괜찮았다. 다만 아잔타 입구쪽에 마련된 Tourist Complex 에는 아무도 사지 않을것 같은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고 틈틈히 식당과 슈퍼가 있는데 이곳에만큼은 파리가 엄청 많았다. 바라나시가 좋았던건 길에 소똥개똥과 쓰레기가 많아서 파리들이 딱히 식당으로 안들어온다는 점…… 이었는데 여기는 반대로 똥도 쓰레기도 소도 없으니까 사람있고 먹을거 있는곳에 파리들이 바글바글하다. 아잔타 라는 유적의 규모에 비해서 지나치게 큰 tourist complex를 지어서인지 이곳은 수요에 비해서 공급과잉의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도착한 아침에 30~40여개의 상점들 사이로 관광객은 우리 4명 뿐이었는데 다들 눈길이라도 한번 잡아보려고 난리들이었다. “which country?”
 “Gonnichiwa Friend~” “just look” “very good quality’ “my shop is near” 

“no Japanese” “I don’t need” “no water” 

그냥 뭐 사라그러면 안산다 그러는데 아 그놈의 위치 컨트리는 왜그렇게 물어보는지. 생까자니 미안한데 진짜 그냥 지나가는 사람 누구든 재팬? 위치컨트리? 프럼? 이렇게 다 물어보니까 나중엔 화난다. 뭐가그렇게 궁금하노 알면 뭐 달라지나 아는 한국말이라고는 안냐세요 밖에 없으면서. 그리고 일본인 맞다고 그냥 대답해도 곤니찌와 밖에 모르면서.

순식간에 호객꾼들에게 지쳐서는 맛없고 비싼 아침식사를 하고 아잔타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아잔타 석굴은 1100년 가까이 존재 자체가 잊혀졌다가 발견된지 얼마 안된 유네스코 유산인데 U자로 굽어있는 계곡을 따라서 바위 안으로 한때 불교사원이었을 동굴유적이 십여개 있다. 굴마다 소승불교와 대승불교 양식이 다르고 어떤 굴은 둘 다 반영되있기도 하다. 소승불교 양식은 불상이 없고 탑이 있고 대승불교 양식은 불상이 있다. 훼손 정도는 심하지만 역사학자들에게는 큰 자료가 될것같은 벽화의 흔적들도 꽤 많이 남아있는데 당시 모습이 잘 보존되있었다면 훨씬 화려했을거라고 생각된다. 암튼 바위를 쌓아올리는게 아니라 그 큰 바위를 파고 들어가서 그런 엄청난 규모의 사원을 만들어놓은 옛날 인도인들을 생각하니 참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근데 사실 아잔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엘로라가 대박…… 


3.

아잔타를 빠져나와다시 초원을 가로질러 버스를 타고 달려서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했다. 아우랑가바드는 여행자가 그렇게 많이 찾는 도시는 아닌듯 했다. 우리말고는 배낭여행자를 전혀 못봤다. 버스 터미널에서 가까이 있는 유스호스텔로 갔는데 1인당 120루피밖에 안했고 시설이 꽤 괜찮았다. 바라나시와 달리 건조해서 빨래를 하고 선풍기까지 틀어놓으니까 금방 말랐다. 밤새 기차를 타고 씻지도 못하고 아잔타를 구경하고 온지라 다들 찌들었었는데 씻고나서 날씨도 시원해지자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아우랑가바드에 한국식당이 하나 있다고 해서 가볼까 했더니 마침 우리가 있는 유스호스텔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비싸보이는 호텔 1층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 ‘장미식당’ 한국 사람이 오픈했지만 지금은 네팔인 주방장이 있다. 하지만 레시피 전수가 진짜 잘 되었는지 인도에서 먹은 모든 한국식당가운데 가장 맛이 뛰어났다. 에어컨이 나오고 종업원들이 나비넥타이를 맨 인도에서 보기드문 고급레스토랑인데 가격은 바라나시나 마날리의 유명한 한국식당들보다 훨씬 싸고 맛과 양은 고마울정도여서 우리는 다들 감격을 금치 못했다. 결국 장미식당에서 그날 저녁, 다음날 아침, 늦은 점심, 저녁까지 다 해결했다. 우리는 장미식당의 음식을 먹으며 아우랑가바드는 혹시 휴양도시가 아닐까 하다가 사랑가바드 라며 몹쓸드립을 쳐가며 온갖 찬사를 경쟁적으로 늘어놓았다. 그만큼 뛰어나긴 했다. 물론 실망스러운 메뉴도 있기는 했지만 우리는 

 “장미식당에 맛있지 않은 음식은 있어도 맛없는 음식은 없다” 는 명제를 확립하여 맛없- 논란을 종식시켰다. 


장미식당에서 맛있는 음식- 탕수육, 치킨 커틀릿, 새우볶음밥, 김치 볶음밥, 수제비, 각종 인도음식

탕수육은 한국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밀가루 반죽의 비율이 좀 낮아서 내 입에는 더 잘 맞았다. 그리고 우리나라 탕수육에도 잘 들어가있지 않는 파인애플이 들어가있다. 만화 중화일미(애니메이션 요리왕 비룡)에서 비룡이 광주를 떠나 요리수행을 가는날 초열 사부님이 비룡을 위해서 광동요리의 진수를 맛보여 주는데 그 요리가 바로 탕수육. 광동지방의 풍부한 과일과 야채로 만든 수프에 튀긴 돼지고기, 각각으로도 독립된 하나의 요리를 하나로 합쳐놓은 광동요리의 정수가 탕수육이다. 우리나라의 탕수육은 짜장면 네그릇에 따라가는 사이드 메뉴로 전락해버렸지만 장미식당의 탕수육은 아직 그 자체로의 위상과 품위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별로 안좋아하는 진짜 우리나라 스타일 수제비도 진짜 한국에서 먹던 맛이 났고 아삭한 양배추김치로 만든 김치볶음밥은 브라보- 

통통한 새우살이 일품인 새우볶음밥도 굉장했다. 


장미식당에서 맛있지 않은 음식- 짬뽕, 바나나 팬케익 

바나나 팬케익은 뭐 암만생각해도 원래 맛있기 힘들거 같고. 기대 만발이었던 나의 첫 주문메뉴 짬뽕. 오징어도 홍합도 MSG도 없는 곳에서 제대로 된 짬뽕국물을 기대한게 잘못이지. 그리고 인도에서 맛있는 면발을 먹은적이 한번도 없었지 툭툭 끊어지는 뚝바 면발. 그래도 새우살은 통통해서 맛있었다.


와인숍에서 라임향이 첨가된 인도산 진을 한병 샀는데 스트레이트로 먹어도 꽤 괜찮다. 

그리고 다음날은 정말 다사다난했던 엘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