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4~18 Don’t worry, Be Hampi
1
함피는 신비한 장소다. 끝없이 펼쳐진 열대평원에 동글동글하고 거대한 화강암 바위들로만 이루어진 구릉이 여기저기 솟아있고, 구릉들 사이로는 빽빽하게 벼가 자라는 논, 그 논두렁으로는 키높은 야자수. 그리고 뜬금없이 여기저기 위치한 화강암을 들어올려 지어놓은 사원과 시장의 유적들. 유적을 끼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잡은 마을과 게스트하우스 식당들. 사람들이 빨래하는 강 가운데도 반쯤 물에 잠긴 유적이 남아있다. 엄밀히 함피 라고 이름붙여진 마을은 힌두교 유적이자 성지여서 음주와 육식이 엄격하게 금지되어서 10루피를 내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있는 마을에 여행자들을 위한 리조트가 많다. 리조트라고 해도 레스토랑이 딸린 방갈로 게스트하우스들인데 대부분 방앞에 해먹이 쳐져 있고 레스토랑은 푹신한 방석과 쿠션이 있는 큰 방갈로라 웃통 벗은 이스라엘인들이 앉아서 악기를 연습거나 대마초를 피우거나 하고 있다.
일단 무지하게 덥고 습하다. 그리고 벌레가 엄청 많아서 밤에 낭만있게 방갈로에서 시간을 보낼라치면 다리에 모기 수십방 물리는 것 정도는 감수 해야한다.
첫날에는 강건너 ‘헤마’ 라는 게스트하우스로 갔다가 이스라엘인이 너무 많고 비싸서 옆에 있던 ‘나르길라’ 라는 비교적 싼 숙소로 옮겼다. 역시 방 바로 앞에 해먹이 있는 방이다. 길에는 사람들이 나와서 기념품을 팔거나 오토바이를 렌트하라고 호객을 하는데 진짜 좀 심하다. 하루에 몇번 지나가는 길인데도 볼때마다 ‘헤이 재팬, 바이크?’ 하니까 나중에는 짜증이 난다. 나는 턱을 당기고 배에 힘을 주고 “안녕하세요! 노바이크!” 하면서 그친구들이 말을 걸기도 전에 딱잘라서 말하면서 걸어다녔다.
첫날은 나르길라의 레스토랑에서 놀았다. 워낙 함피까지의 여정이 힘들었던 지라 맥주맛이 꿀맛이었지만 너무 비싸서 별로 못마셨다. 땀을 흘리며 벌레에게 뜯겨가며 밤늦도록 기타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2
다음날 아침 게스트 하우스 직원녀석들은 바이크를 빌릴 일이 있으면 밖에서 빌리지 말고 꼭 자기네 가게에서 빌리라고 신신당부했다. 우리는 그러마 하고 가격을 물어봤다. 하루에 150 루피고 기름이 리터당 100루피다. 바이크는 레나 마날리에 비하면 엄청 싼편이지만 기름값은 훨씬 비싸다. 다른 샵에서는 100루피라고 했다고 그냥 떠봤더니 100루피로 해줬다.
우리는 어느정도 힘이 있어보이는 스쿠터 두대를 빌렸다. 다행이 나랑 진우가 운전을 할 줄 안다. 근방의 좀 큰 동네로 가서 술을 사올 생각으로 나갔는데 처음에는 길이 워낙 울퉁불퉁해 좀 힘들었다. 진우 뒤에 완선이가 타고 내뒤에는 윤이가 탔다. 논길 사이로 달리면서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불러대자 완전 신이 났다. 사나푸르 마을을 뚫고 지나자 큰 호수가 있었다. 악어가 산다고 경고가 쓰여있었지만 그건 뻥인듯 했고 이스라엘인들이 비키니를 입고와 물가에서 놀고 있었다. 우리는 갈수있는데까지 가보자며 한참을 더 갔다. 진우가 나보다 앞서 있었다. 길은 좁고 좌우로 풀이 키높게 자라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길에서 우리는 이적의 정류장을 목터져라 부르며 코너를 돌았다가 바닥에 쓰러진 진우와 완선이를 발견했다. 앞에서 오던 인도인의 스쿠터와 충돌했다. 완선이는 바닥에 주저앉아있고 진우는 무척 화나있었다. 인도인은 30대 가량으로 보였는데 머리가 하얀 아버지를 뒤에 태우고 오다가 양쪽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커브를 돌다가 서로 부딪힌듯 했다. 완선이는 꼬리뼈를 다쳐 바닥에서 못일어나고 있었고 인도 할아버지는 다리에 타박상과 찰과상이 있었다. 피가 흐르지는 않고 다리가 까져있고 정강이에 혹이 나있었다. 인도 남자가 일어나자 마자 진우에게 “are you mad?”라고 했는지 서로 상태를 확인도 하기 전에 분위기가 안좋았다. 양쪽이 다 부상자가 있는데 인도인은 우리가 외국인이고 한국에는 차선이 반대라 니들이 실수한거라며 치료비를 요구했다.
좁은 길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문제는 쌍방과실일 수밖에 없는 오토바이 충돌에서 그 인도녀석은 다친 아버지는 내버려두고 계속 우리탓이라며 돈을 요구했고 우리는 쌍방 과실이고 일단 다친사람들이 우선이니 병원에 가보는게 먼저 아니냐 라는거였는데 이놈은 어떻게든 돈을 받고 가고싶어했다. 지나가던 다른 외국인들 인도인들도 난입하고 우리 일행 전부는 화가나서 소리를 지르고 뻑뻑 하다가 ㅋㅋㅋㅋ 나랑 진우는 화가나니까 영어가 잘 안됐다. 완선이는 다친데가 아픈지 주저앉아서 일어나지 못하고 멍때리고 있었다. 인도놈은 자기 아버지가 broken 이라고 자꾸 돈받아야 된다고 그랬고 나는 지금 멀쩡히 서있는데 뭐가 부러졌냐. 이건 브로큰이 아니다. 하며 나뭇가지를 꺾어서 막 부러뜨리면서 이게 broken이고 저건 broken이 아니라고 설명을 했고 윤이는 화가나니까 유일하게 영어가 엄청 유창해져서 차마 알아듣기 힘들 속도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 니네 아버지가 다쳤잖아! 너는 아들이라는놈이 지금 아버지부터 챙겨야지 왜 자꾸 돈 얘기만 하냐고!!!”
이놈이 아버지 다쳤으니 돈 내놓으라고 하다가 아버지 별로 안다쳤지 않냐고 하면 말바꿔서 오토바이가 망가졌으니 돈을 받아야 한다 그러고, 서로 잘못한거 아니냐고 하면 무조건 자기는 왼쪽으로 왔는데 이쪽이 오른쪽으로 와서 부딪힌거라 무조건 우리잘못이라고 우기고, 내가 양쪽다 왼쪽으로 왔다고 하는데 니가 그걸 어떻게 증명하냐. 양쪽다 제대로 왔으면 부딪힐 리가 없지 않냐 라고 하면 우리가 한국사람이라서 잘못하거라고 우긴다. 근데 사실 그놈이 오던 길 왼쪽에 물이 고여있어서 어딜봐도 그놈은 물을 피하려고 길 한가운대로 오다가 진우랑 부딪힌건데.
그와중에 그놈 친구인 릭샤왈라는 지나가다가 와서는 둘다 오토바이를 여기놓고 내 릭샤를 타고 병원가 경찰서에 가자며 장사하고 앉아있고 ㅋㅋㅋㅋㅋㅋ
내가 천천히 가서 “자 지금 아버지가 다쳤고 우리 친구도 다쳤어, 니 오토바이가 살짝 망가지긴 했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건 아니지?” 라고 하자 할아버지랑 그놈이 다 그렇다고 했다. “자 그럼 이제 오토바이는 전혀 상관없는거다. 오토바이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하기 없기”라고 하고 “니 아버지도 다치고 우리 친구도 다쳤어. 너희 아버지는 서 계시지만 우리친구는 아직 주저앉아있어. 한쪽만 잘못했다는걸 증명 할 방법은 없으니까 그럼 같이 병원에 가자. 네가 보상을 받고 싶으면 아버지 치료비를 우리가 낼게, 대신 너도 우리친구 치료비를 내야해” 라고 하자 그럴수 없다며 다시 우리잘못이라며 우겨댔다. 할아버지는 손을 저으며 “그냥 가, 그냥 가”라는 투였다. 그게 돈을 좀 내고 가라는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짤루(가다)? 짤루?” 우리는 일루 짤루하고 너는 일루 짤루하고 그냥 이렇게 끝내자? 끝내자? 이래서 다행히 서로 별 뒤끝없이 헤어졌다. 그렇다곤 해도 완선이도 원래 좋지 않았다던 꼬리뼈를 다치는 바람에 일주일이 넘도록 아파하고 있고 진우도 원래 안좋던 어깨가 상대편 오토바이랑 부딪혀서 고통스러워했다. 게다가 게스트하우스에 와서도 바이크에 기스난것 때문에 400루피나 더 내야 했다. 에잇 징글징글한 인디언들
3.
아침에 방갈로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며 노트북을 각자 만지작 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윤이가 여권을 잃어버렸단다. 한참 이방 저방 뒤지더니 진짜 못찾겠다고 했다. 우리는 어제 저녁식사를 한곳과 어제 들렀던 곳을 다 가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시 1시간만 타기로 하고 100루피짜리 후진 스쿠터를 빌려서 윤이랑 어제 달렸던 길을 다 돌아가봤다. 거의 한시간 가까이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어제 사고가 났던 지점에 가기로 하고 사나푸르 마을로 돌아갔는데 슈퍼에 물한병 사러 내렸다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뒷바퀴가 흔들거리는 기분이었다. 펑크가 났다. 스쿠터 펑크라니 ㅠㅠ 붕붕이는 한번도 그런적 없었는데.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펑크난 지점에서 정확히 8미터 앞에 오토바이 수리센터가 있었다. 뭐지…… 계획된 펑크인가?
나도 자전거 여행하면서 숱하게 펑크를 때워본지랑 대충 어떻게 하는지는 아는데 도구가 없었다. 타이어를 벗겨보자 원래 펑크가 나서 펑크패치로 막아놓은 부분이 크게 터졌는데 구멍이 너무 커서 한국이라면 튜브를 교체할 사이즈였다. 대부분은 펑크가 작게 나면 고무로된 펑크패치에 본드를 발라 구멍을 막은 다음 바람을 넣어서 계속 사용하다가 구멍이 너무 커지커나 많아지면 타이어를 교체하고는 한다. 하지만 역시 인도는 달랐다. 아저씨는 큰 구명이 본드로 막히지 않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짓고리를 꺼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타이어를 실로 ㅋㅋㅋㅋ 꿰메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수술하는것처럼 조심스럽게 꿰메진 타이어에 다시 본드를 바르고 펑크패치를 붙이고, 공기를 넣었다. 그리고 바이크는 다시 달렸다. 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런건 처음봤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어제 사고난 지점까지 다 가봤지만 결국 여권은 찾지 못했다. 그래도 여행중에 여권을 잃어버린다고 여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뭄바이에 있는 영사관에 가면 임시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오후에는 여권분실신고를 하기 위해 경찰서를 들러야했고 배를타고 다리를 건너 함피로 가야 했다. 진우와 윤이만 경찰서에 갔는데 결국 찾은곳에서는 또 잘 도와주지를 않아서 시간만 버리고 돌아왔다. 나중에 뭄바이에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혼자 함피 마을 뒤쪽 유적을 구경했는데 정말 엄청났다.
4.
아침에 일어나니 바라나시에서 잠깐 만났던 자전거 여행자 송학이형이 와계셨다. 바라나시에 자전거를 두고 버스와 기차 입석을 타가며 여기까지 오셨다고 했다. 거의 40시간을 쉬지 않고 온거다 대단하다……
다섯이서 스쿠터 세대를 빌려 원숭이신 하누만의 사원을 방문하러 갔다. 하누만 템플은 높은 구릉 꼭대기에 있었다. 올라가는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그리고 무시무시한 원숭이들이 잔뜩 살면서 관광객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웃통을 벗고 바지가 아닌 천을 허리에 둘러 치마같이 하반신을 가린 얼핏보기에는 거지같아보이지만 인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사제) 들이 많았다. 어린 브라만 들은 모여앉아 우리나라의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을 외우듯이 힌두경전 베다를 암송하고 있었다. 젊은 브라만이 내 이마에 붉은 물감을 칠해주고 설탕을 집어주며 먹으라고 했다. 하누만은 원숭이 신으로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주변은 온통 붉게 변한 화강암 바위구릉들이 있고 아래로는 큰 강이 흐르고. 원숭이들이 잔뜩 사는 산에서 태어난 원숭이 신. 그리고 불교에 들어가 제천대성 손오공 이라는 이름이 되었고 소설 서유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나는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고향 화과산 수렴동의 원래 모델이 이곳 함피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잠시 들떴는데 검색해보니까 아니었다. 화과산 중국 청도에 있다네.저녁은 안가봤던 Laughing Bhudda 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훌륭한 가격 훌륭한 맛에 와이파이 스피드가 엄청나서 유튜브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는 늦게 발견한것에 후회했지만 다음날 다시 이곳에 오기로 다짐하고 자리를 옮겼다. 다른 가게와 달리 술을 가지고 와서 마시는것에 대해서도 아무말 안하는 가장 바람직한 가게였다. 아쉽게도 게스트하우스에는 방이 모자라서 우리가 옮길 수 없었다.
5.
다음날 아침에는 완선이가 지갑을 잃어버렸다. 뭐?
또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다행히 어제 갔더 래필 부다에 있었다고 한다. 1000루피만 사라진 체 하하; 천루피만 빼고 보관해준 고마운 식당종업원 녀석.
나르길라에 예약손님들이 들이쳐서 방을 옮겨야 했다. 송학이형이랑 이리저리 다니다가 방을 구했는데 이래저래 우리가 있던 곳보다 훨씬 나았다.
특히 레스토랑의 fruit muesli with curd 가 일품이었다. 인도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물기 없는 바싹 마른 오렌지가 아니라 감귤처럼 포동포동한 오렌지가 들어가있었는데 당장 한국가서 뮤슬리 가게나 할까 싶게 만드는 맛이었다. 아침식사를 뮤슬리로 자주 했지만 이렇게 감동적인 맛은 처음! 파파야 같은건 내가 안좋아하니까 차라리 안들어갔으면 싶다 사실. 뮤슬리에 들어가면 맛있는건 오렌지, 파인애플, 바나나. 보통 여기에 수박이나 파파야가 추가 된다. 계절에 따라 망고도. 나는 망고 파파야 다 안좋아한다. 딸기가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직장인들을 위한 아침식사로 과일뮤슬리 전문점을 하면 장사가 좀 되려나. 사업아이템은 날마다 떠오른다. 강건너편 유적들을 구경하러 갔다. 한쪽 다리를 저는 아이가 와서 엽서를 사라고 했다. 근데 한두장도 아니고 열장에 100루피 짜리를 팔아서 사실 쓸데가 없어서 안샀다. 아직 안부친 엽서도 많은데…… 근데 이아이는 우리가 올라간 바위언덕까지 친구들 둘을 데리고 올라왔다. 아무도 엽서를 사지 않았지만 다들 마음이 불편했다. 윤이가 유독 마음이 안좋았는지 우울해져서는 멀찍히 떨어져있었다. 우리 옆에서 계속 익스큐즈미~ 플리즈~ 하는 아이들을 보자니 나도 마음이 안좋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엽서 한두장 산다고 가지도 않을테고. 영어가 잘 통하는것도 아니고. 나는 어쩌지 하다가 이래저래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음 그러니까 엽서같은건 사실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아니면 잘 안사. 엽서가 사고싶어질때 엽서가게에 가서 사는거지 갑자기 니가 사란다고 니가 불쌍해서 사기엔 좀 그렇다고. 너도 구걸하고 있는건 아니라면 차라리 사탕이나 음료수같은걸 팔아봐. 니가 바가지 씌우지 않은 가격에 판다면 나도 네가 먹을걸 판다면 하나정도 사서 먹을 용의가 있어”
알아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더이상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가지도 않았다. 우리가 뒤쪽의 유적을 보러 간사이에 윤이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었다. 엽서도 몇장 결국 산 듯했다. 언덕 정상쯤에 악마같은 까만얼굴긴꼬리 원숭이 떼가 있었는데 이놈들이 자기들끼리 싸움을 하는지 시끄러웠다. 네다리로 달려서 기동력이 엄청났다. 순식간에 몰려와서 우리를 둘러싸고는 자기들끼리 우리앞에서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고 싸웠다. 다들 멘붕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무서웠다. 그 뭐랄까 원숭이랑 싸우는건 상상도 안해봤잖아. 그냥 발로 뻥 차면 될것 같지만 이녀석들은 점프하면 내 머리 위까지 올라올 수도 있고 이빨도 무시무시한데 물리면 광견병 걸릴것 같고 일단 수가 너무 많고. 내가 라라크로프트라도 총 없으면 힘들 상댄데…… 다행이 이놈들이 우리를 직접 건드리지는 않았다.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무척 바빴다. 다같이 사원에서 내려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으려고 했는데 아까 그 꼬맹이 3명도 있었다. 결국 내가 엽서는 안사도 아이스크림은 하나씩 사주마 하면 고르라고 했는데 나는 10루피 짜리 먹는데 이놈들이 40루피짜리 고른다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아이스크림값으로 100루피가 넘게 써서 차라리 엽서사는게 싸게 먹혔을뻔 ㅋㅋㅋ
돌아와서는 해먹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저녁에는 야외에서 다같이 영화도 봤다.
6.
고아로 떠나는 날이다. 완선이가 아침부터 속이 안좋다고 토를 했다.
걱정은 되는데 딱히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우선 체크아웃을 하고 여행사 앞에 짐을 다 풀어놓고 앉아있었는데 상태가 너무 안좋았다. 물도 마시면 막 올려대니. 이온음료를 좀 찾아서 수분공급도 해주고 뭔가 알칼리성음료로 계속 올라와 식도를 녹이고 있을 위산을 좀 중화시켜주고 싶었는데 인도는 찬음료는 죄다 탄산. 포카리 스웨트같은걸 아예 찾을수가 없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지금까지 매일지나쳤지만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코코넛! 남인도에서는 길에서 바로 코코넛을 깨서 안의 주스를 마시게 해주는 노점이 굉장히 많은데 사실 다들 에버랜드같은데서 한물간 코코넛 워터를 먹고 맛없었던 기억때문에 마시는 한국인을 거의 찾기가 힘들다. 근데 신선한 코코넛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완선이한테 하나 가져다 주고 하나는 다 마시고 난 부분 안의 속 살을 칼로 파먹었는데 제법 괜찮았다. 술생각이 났다. 이거 말리면 달달하고 칼로리 낮고 맥주 안주로 딱인데
몸이 안좋은 완선이와 통화할 사람이 있는 진우를 두고 송학이형과 윤이와 셋이서 함피 뒤쪽의 유적들을 구경하러 갔다. 왜 마지막 날에야 여기에 와봤는지 나 스스로가 이해가 안될만큼 함피는 굉장했다. 인도 최고의 유적이면서 입장료도 없고 사람도 없고 동물도 쓰레기도 없다
바위 언덕을 넘어 숲속에 자리한 유적에 들어 갈때는 마치 인디아나 존스가 된것 같았다. 마지막 힌두왕국이 있었던 함피. 그리스 신전들을 연상케 하는 전부 돌로지어진 기둥과 시장, 사원, 기둥하나하나에 조각된 각기 다른 신과 동물과 사람의 형상들. 아직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우리 모두가 그걸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게 특권같이 느껴졌다. 폐허같으면서도 사원마당과 지붕에 자란 풀과 또력하지 않은 표정의 조각상들은 쓸쓸하면서 아름다웠다.
고아로 향하는 슬리퍼 버스는 지금껏 타본 버스중 최고였다. 널찍 한 자리에 크게 열리는 창문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다가 송학이형이랑 버스에서 영화도 한편 사이좋게 보고 그렇게 인도의 파라다이스 고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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