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9~11/4 디우~ 아메다바드
2014/10/29~11/4 디우~ 아메다바드
0.
나는 지금 우다이뿌르다
디우를 떠난지 열흘 가까이 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슬슬 또 모든게 귀찮아지면서 블로그니 뭐니 누구 보지도 않는거 해야 되나 싶다가도
그래 이게 다 누굴 위해서 하는건가 나를 위해서 하는거지
놀러다니면서 놀러다니는거 남한테 자랑하는것까지 귀찮아 하면 되겠는가
단 한사람이 읽더라도 그사람을 위해 계속해서 글을 써 나가는것이 어떤 의무라곤 가지고 있지 않은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유일한 의무 아니던가! 그리고 일단 누구한테 보여준다고 쓰기는 하지만 결국은 개인적으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과 에고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능이 더 크니까 어떻게든 써야된다.
그런 마음에 어떻게든 블로그를 계속 이어가려고 이사까지 했다. 근데 어렵다 스킨도 못바꾸겠다. Book review라니;;
그리고 열흘동안 글을 안썼던건 결코 귀찮아서는 아니었다. 시간이 없었다. 그말은 뭔가 할 일들이 더 많았다는 말이다. 그 전처럼 혼자 한가롭게 글을 쓸 시간 없이 부지런히 다니고 보고 듣고 만나고 읽고 나누고 먹고 마셨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일행과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인도여행이 거의 끝나간다.
1.
디우는 3년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3년전에는 비싼 오토릭샤를 탔지만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고 얼마나 먼지 알기에 걷는다. 두번째 찾은 데다가 워낙에 크지 않은 마을이라 건물 하나 하나가 낯익고 정겹다. 송학이형과 윤이는 날씨도 더운데 내가 어디까지 짐을 들고 걷자고 할지 걱정되는것 같았지만 우리의 목적지인 Nilesh 게스트하우스는 진짜 가깝다. 3년전에 일주일가까이 머물면서 어린 스탭들과도 꽤 친해지고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난 게스트하우스다. 근데 방이없다……
그때처럼 살갑지 않은 매니저 아저씨는 단호하게 방이 없다며 잘라말했다. 어 이게 아닌데…… 여기 방 딥따 많은데;;;; 차선책으로 한국인들이 또 많이 간다는 SuperSilver게스트하우스로 갔지만 역시 풀방.슬슬 불안해졌다. 몇군데 더 가봤지만 방이 비싼게 문제가 아니라 방이 없다. 일단 시내의 중급 호텔 레스토랑인 Samrat 호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한뒤 짐을 거기 두고 방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 샌드위치 몇조각 먹는데 맛도 그저 그렇고 비싸다. 인도요리는 맛있었는데….. 하지만 여기는 디우다. 디우는 주 전체가 금주인 구자라트 주에서 유일하게 음주가 허락된 지역이며(엄밀히 같은 행정구역은 아니다, 1961년까지 포루투갈의 지배를 받아서 그런듯 하다) 동시에 주세가 싸서 다른지역의 반값 이하로 술을 마실 수 있다. 술을 직접 파는 소매점 가격과 레스토랑에서 파는 술 가격이 똑같은 인도 유일한 곳이며 비싼 호텔과 조그만 선술집의 술값이 똑같은 축복받은 지역이다.
아침부터 보드카 60ml에 라임탄산수를 섞어 마시는데 어디서 맥주 한병 마시는거 보다 싸다. 로마노프 보드카 한잔에 15루피(300원) . 호텔이라 큰 얼음도 있어서 아침부터 얼큰히 신난다.
식사를 끝내고 한명은 짐을 지키고 두명은 방을 구하러 가기로 했다. 윤이는 꼭 가고싶습니다 였고 송학이형은 상관없고 나는 (장난으로)윤이랑 둘이있기 싫다고 버텼는데 결국 내가 길을 아니까 나랑 윤이랑 나가게 됐다. 해가 쨍쨍 떠있고 우리는 20시간 가까이 씻지 못해서 찝찝해 죽겠는데 옘병 방이 없다. 안비싸 보이는데를 가도 비싸고 비싸보이는데는 엄청 비싸고 방은 여기나 저기나 없고. 한군데 딱 있었는데 방 하나당 500루피라고 했다. 송학이형이랑 나는 같이 쓴다고 해도 윤이혼자 하루에 500씩 내는건 너무하다. 또 막 찾아다녔지만 거기말고는 방도 없었다;; 땡볕을 걸으며 윤이는 실의에 빠져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디우 못 머무르나, 오늘 저녁에 빠져나가는 표 알아볼까” , “아 이동네 싫다” 막 이러기 시작했다. 함피에서부터 디우가 좋다고 내가 막 그래서 다같이 온건데 내가 점점 초조해진다.
“하하 인도 휴가철이라더니 인도 사람들이 여기 다왔나보네, 예전에는 방 무지 쌌는데 이상하네” “하하 그래도 수산시장가서 해산물 사먹고 그러면 좋아질거야 하하….” 하며 열심히 얼버무렸지만 나도 불안했다. 어떡하지 이 구석탱이까지 왔는데 당장 오늘 잘 데도 없다니. 시내를 거의 한바퀴 다 돌고 나서야 오토바이를 빌려서 좀 더 구석구석 다녀보고 멀리까지도 싼방이 있나 알아보기로 했다. 350루피에 오토바이를 빌리고 주유소에서 휘발유 1리터를 70루피에 넣었다. 두세군데 더 가봤지만 여전히 방이 없었다. 셋이서 1000루피면 뭄바이보다 더 비싼데 여기에 며칠씩 있는건 무리다. 그러다가 성 토마스 성당 바로 옆에 사람이 한명도 없는 넓은 정원같은게 있는데 입구에 Reshma Guest House& Restaurant라고 쓰여있었다. 넓은 정원 안쪽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갔는데 주인과 중학교도 안들어갔을법한 남자아이 두명이 있었다. 딱히 방은 보이지 않는데 정원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레스토랑같아보이기도 했다. 방을 보여달라니까 우리가 들어온 정원 입구 쪽으로 다시 나온다. 뭐야 어디가는거야 했더니 갑자기 있는지도 몰랐던 계단을 통해서 내려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깜짝 놀랐다. 내가 지질학을 잘 몰라서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디우의 해안가는 좀 신기한 지질학적 구조로 되어있다. 아마도 마그마가 굳어서 생긴것 같긴 한데 디우 섬 전체가 거대한 바위로 되어있달까, 바닷가 절벽에 가서 끝에 서보면 아래가 전혀 안보이고 바로 바다일때가 많다. 아래쪽이 내륙쪽으로 푹 들어간 동굴로 이루어진건데 디우는 이런 지형이 내륙에도 종종 있다. 천년동굴이라고 유명한 동굴에도 가보면 위에서 보면 평범한 초원인데 사실은 넓고 구멍이 현무암처럼 송송 난 거대한 바위 위에 얇게 흙이 쌓여서 키낮은 풀들만 자라고 있고 중간중간에 네모반듯한(아마 인공적인듯) 구멍들이 나있다. 생각없이 오토바이나 차를 달리다가는 갑자기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 구멍 아래로는 빛이 들어오는 넓은 동굴들이 여기저기 있다. 디우에서 이런 동굴은 흔 한 풍경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 동굴 아래 진짜 게스트하우스를 짓다니 ㅋㅋㅋㅋ
레쉬마 게스트하우스는 동굴 아래 지어져있었다. 내가 봤던 정원은 따지고보면 동굴의 지붕 같은 거였는데 군데군데 1평 남짓한 직사각형의 구멍이 뚫려 있어 빛이 세어들어오고 있었다. 방들은 동굴 벽에 바짝 붙여 지어져 있는데 간단히 사각형 방의 한쪽 벽이 바위 그대로 되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주인은 방 하나에 400루피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딱 봐도 오래 쉰듯 했다. 우리말고는 아무도 사람이 없었으니까. 어렵지 않게 1인당 150루피에 방 두개를 쓰는걸로 협의했다. 침대가 좀 안좋아보이고 밤에 모기가 많거나 습하지 않을까 걱정은 됐지만 이 가격에 저 분위기 ㅋㅋㅋ 진짜 프로도랑 쌤이 모르도르에서 개고생하다가 하룻밤 몸을 뉘였을만한 저런곳에 잔다는것은 반지의 제왕의 미친 덕후인 나와 윤이에게 엄청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몇군데 더 방을 보러 다니면서 우리는 그 방에 대한 이야기 밖에 안했다ㅋㅋㅋ 이미 마음은 굳었는데 예의상 몇군데 더 봐준다는 식으로. 윤이는 일단 기분이 갑자기 엄청 좋아보였다. 오토바이 뒤에 타서 “디우좋다~” 를 연발했다. 송학이형과 함께 방으로 갔다. 일단 오래묵은 때를 씻어냈다. 침대는 굳이 스프링으로 만들어서 몸이 바닥으로 빨려들어가듯 푹 잠기는 좁은 침대가 두개가 있었는데 우린 다들 별 불만이 없었다. 다들 판타지를 좋아하는 덕후들이라;; 사실 그 방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나였던 듯 하다. 윤이는 자기방에 팬이 안돌아가고 샤워를 하면 물이 침대까지 튀기도 했지만 이 방에서 반지의 제왕보면 얼마나 재밌는줄 아냐며 마냥 신나했고 송학이형도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안하고 유난히 잠도 많이 잤다.습한 것을 싫어하는 나는 그 방이 너무 습해서 낮이면 계속 물건들을 햇볕에 꺼내놓아야 했다. 방의 습기도 좀 엄청났다. 하룻밤 자고 나면 담배가 축축하고 모기향을 공기중에 두기만 해도 물기를 먹어서 불도 잘 안붙곤 했다. 그래도 아무도 없다보니 항상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을 수도 있었고 우리가 빌리지 않은 다른 방도 샤워나 화장실을 할때면 그냥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아지트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날 방을 구하다가 만난 이스라엘인 Eitan이라는 친구가 다음날 왔는데 매일 자기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드는 것도 괜찮았다.
그후로 디우에서는 계속 편하고 여유롭게 지냈다. 내가 처음에 왔을때만큼 한적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디우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첫날에도 방이 그렇게 다 꽉찼는데 거리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관광포인트가 몇군데 안되서 사람들이 낮에 다 해변이나 성으로 몰려가고 밤에만 와서 잠드는 거였거나 혹은 디우의 시에스타를 모두 실시하고 있었나보다. 디우는 포루투갈 문화의 영향으로 시에스타 (낮잠타임) 이라는게 존재한다. 햇볕이 뜨거운 낮에는 일을 안하고 낮잠을 잔다는 건데 이게 꽤나 황당하다. 시장은 아침일찍 열려서 11시~12시쯤이면 닫는다. 거리의 모든 상점들도 마찬가지다. 식당도. 그리고 빠르면 1시부터 늦으면 3시부터 ~7시 무렵까지 다들 쉰다. 이 시간에는 밥을 사먹을 수도 없고 슈퍼에서 뭘 살 수도 없다. 전부 쉰다. 닐레쉬 게스트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고 오후 시에스타 타임에 나가지 않고 와이파이를 사용하다가 우리가 들어갈 수 없엇던 몇천루피짜리 더블룸에서 인도 가족 7명 정도가 방에 있는걸 봤는데 1.방이 없는이유, 2.방이 없는데 거리에도 사람이 없는 이유 를 동시에 설명해주는 장면이었다. 닐레쉬 게스트하우스에서 3년전에도 만났던 스탭 Mahesh는 처음볼때는 중학생정도였는데 이제 수염나나 19살 어른이 되어있었다. 나를 보자 엄청 반가워하면서 지금이 인도 최고의 시즌이라 인도사람말고는 아예 손님이 없고 옥탑 레스토랑도 숙소로 이용하기때문에 닫는다고 했다. 이 기간에는 그냥 옥상에 매트리스만 하나 깔아줘도 500루피씩 받을 수 있단다;; 근데 여기를 방하나에 200정도 생각하고 왔으니 우리가 무모했다. 물론 겨울시즌엔 그 값으로 잘 수 있지. 그래도 마헤쉬는 우리를 위해서 옥상에 테이블을 하나 마련해줬다. 시즌덕분에 닐레쉬에 머물 수는 없었지만 반대로 넓은 옥탑 레스토랑을 단 세명이서 디우에 있는 내내 사용할 수 있었다.
디우포트나 나고아 해변에서 우리는 거의 연예인이 되었다. 인도사람들이 원래 외국인과 사진찍는걸 좋아하긴 하지만 보통 관광지의 사람들은 외국인들에 익숙해서 장사를 하려고 하면 했지 사진찍자고 잘 안하는데 여기는 인도인이 훨씬 많은 관광지다 보니 여기 온 인도인들 대부분 1년에 가장 큰 가족행사로 디왈리 기간에 온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여행을 온것이고 그러다보니 다들 들떠있고 신나 있어서 드물게 섞인 동양인이 우리들에게 엄청 열렬한 반응을 보냈다. 며칠동안 몇명이랑 사진을찍었는지 셀 수가 없다. 그냥 눈마주치면 헬로~나마스떼~위치컨트리~ 다 물어보고 원포토 포토~ 이래서 같이 사진찍고, 내카메라로 찍고 자기 카메라로 찍고 자기 가족이랑 다 찍고 자기 아기 안고 찍고. 특히나 윤이는 여자고 (본인주장일뿐이지만)예뻐서 사람들이 엄청 몰려들었고 우리는 정상적인 관광이 불가능할만큼 시달려서 나중에는 피해다닐정도였다. 와중에 (본인주장일뿐이지만)윤이와 사진을 찍거나 스킨십을 하고 싶어서 나한테 먼저 사진을 찍자고 한다음에 윤이랑도 찍고싶다고 말을 하는 인도 남자들도 많아서 피곤했다. 정작 나와 윤이가 정신없는 와중에도 송학이형한테는 사진찍자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은근히 상처받는 눈치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같이 다니는 동안 송학이형한테 사진찍자고 하는 사람 열손가락 안에 꼽을것 같다 ㅋㅋㅋㅋ 송학이형 머리가 호일펌이니까 그냥 지나가면 뒤에서 막 도촬하는 애들은 있는데 같이찍자고 하는 사람은 진짜 없다 ㅋㅋㅋㅋㅋ
아침에는 스쿠터를 타고 다리를 하나 건너가서 관광객들이 전혀 없는 로컬 피쉬마켓에 갔다. 비린내속에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번도 본적없는 생선들을 구경하다가 바다에서 보면 무서울것 같은 거대새우 7마리를 500루피에 샀다. 마켓을 나와서 뒷골목은 제법 예쁜 컬러로 칠해져있어 볼만했다. 디우 이쪽 여자들이 다 예쁘다. 인도 하면 떠오르는 미인상들이 이곳에 많이 몰려있는것 같이 아주머니들도 어린 아이들도 다들 참 예쁘다.그냥 지나가면 집안에 있다가도 뛰쳐나와 헬로~ 하고 인사해준다. 윤이는 처음봤을때부터 꾸준히 짧은 힌디로 “아까남까헤? 메라남 윤이헤(니 이름 뭐야? 내이름은 윤이야)라며 만나는 아기들 마다 다 이름을 물어보고 사진을 찍었다. 골목에서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나오다가 어떤 남자를 만나서 자기 핸드폰을 보여줬는데 어제 송학이형이랑 사진을 찍은 몇안되는 사람중의 한명이었다. 심지어 송학이형과 찍은 사진을 핸드폰 배경으로 해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도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관심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사온 새우는 닐레쉬 게스트하우스 식당에 맡기면 70루피에 요리를 해줬다. 고흣 스와디싯헤(겁나 맛있어)
저녁에는 스쿠터를 타고 서쪽 해안으로 가서 해가지는것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파도가 바위에 부딧혀 3m이상 하늘로 튀어오르는 바닷가의 일몰은 30분가까이 우리를 침묵속에 있게 했다.
또 다음 아침에는 스쿠터를 타고 30분정도 달려서 멀리 있는 바낙바라라는 어촌마을로 갔다. 매일 새벽 고기잡이를 마친 배들이 이곳에 그날의 수확물들을 바로 널어놓고 판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어부들과 아침부터 낚싯줄에 미끼를 매달아 작은 물고기들을 낚고 있는 어린 아이들은 역시 우리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헬로~헬로~ 원포토~ 하며 반겨줬다.
밤에는 바닷가로 가서 산책을 하다가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역시 식사를 하러 온가족들과 인사하고 사진찍고 방에 돌아와서는 같이 영화를 보거나 했다.….며칠 그렇게 꿈같이 지냈다.
나와 윤이는 처음에는 구자라트 더 안쪽에 있는 Buhj라는 도시의 소금사막을 구경하러 갈 생각이었지만 교통편이 좀 열악해서 포기하고 아메다바드를 거쳐 우다이푸르로 가기로 했다. 송학이형은 원래 디우에서 바로 아메다바드를 거쳐 바라나시로 갈 예정이었다. 5일때 되는날 다 같이 아메다바드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2.
3년전에 디우를 가기 위해 혼자 아메다바드에 들렀을때는 이리저리 좋은 기억이 없었다. 새벽에 내려서 숙소를 못찾고 밤거리를 헤메다가 유난히 용맹한 불과 큰 덩치를 가진 소들에게 쫄아서 20m앞의 호텔을 포기하고 먼길을 돌기도 했고 혼자 심심해서 들어간 영화관에서 만난 인도 친구가 차를 한잔 하자해서 같이 갔더니 갑자기 자기가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며 거의 울려고 해서 달래주느라 고생했었다. 지금도 페이스북 친구인데 다행히 ㅋㅋ 지금은 델리에 살고 있다고 했다.
아메다바드는 오전에 도착했고 송학이형은 8시 50분 기차로 바라나시로, 나와 윤이는 9시 50분 버스로 우다이푸르로 가야했다. 아메다바드 기차역에 짐을 맡기고 시내로 나왔다. 직물박물관이라는 곳에 갔지만 오늘 휴일이었다. 아메다바드는 유난히 릭샤왈라들이 괜찮았다. 흥정을 세게 할 필요도 없었고 친절했다. 직물박물관까지 갔다가 돌아올때 탔던 릭샤 아저씨는 친절하면서도 상남자였는데 복잡한 길에서 버스타 릭샤를 툭 치고 지나가자 추월하더니 버스 바로 앞에서 급정거를 하여 처절한 복수를 해줬다. 그래서 우리는 다들 쫄았는데 박물관이 문닫고 우리가 중심가로 데려다 달라고 하자 가는길에 있던 사원같은곳에 일부러 들어갔다 나오는 서비스정신을 발휘해주셔서 우리가 전부 반했다. 릭샤는 어차피 운임을 흥정하고 가기때문에 최닫거리로 가는게 기사한테 이득인데 굳이 우리를 위해서 시간을 써준 것이니 굉장한 일이다. 아메다바드 중심가에 내리자 모두 맨발에 검은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두 어딘가로 향하고 있고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오늘이 이슬람교의 축제가 있는 날이라고 했다. 사람들을 따라가다가 또 수많은 사진을 찍고 ㅋㅋ 시장을 좀 구경하고 돌아나왔다. 예전에 내가 영화를 봤던 Relief Cinema에 가서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영화관이 없었다. 경찰아저씨에게 물어봤다. “The Cinema is distroyed” 디스트로이라니 ㅋㅋㅋㅋㅋ 확실히 영화관이었던 자리에 무너진 건물이 있었지만 보통 문 닫았다고 할텐데 디스트로이 라고 해서 빵터졌다.
다른 시네마를 찾는데 릭샤왈라들이 다 모른단다. 영어를 못알아듣는건지 영화관을 모르는건지는 모르겠다. 근처에 있던 중급호텔에 들어가 안내데스크에 물어봤더니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니 직원을 보내 릭샤를 잡아주고 위치를 말해주고 가격도 인도사람들 가격(거의 1/3수준)으로 흥정해주었다. 영화관 앞에 에어컨 빵빵한 맥도날드가 있어 오랜만에 햄버거도 먹고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전부터 간판을 많이 봐서 보고 싶었던 “Roar” 정글에서 달리는 사람들과 호랑이의 그림을 보고 파이 이야기 같은 영화를 생각했지만 ㅋㅋㅋㅋㅋ 진짜 개판 영화였다. 주인공의 동생인가 친구가 생태조사를 하다가 덫에 걸린 새끼 백호를 집에 데려와서 돌봐주는데 어미 호랑이가 마을을 급습하여 동생와 마을사람들을 물어죽인다. 주인공은 친구들을 소집하여 호랑이 소탕에 나선다. 겁나 지루하게 정글에서 배를 타고 달리는 장면만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온갖 중화기를 다 챙겨서갔던 주인공 일행은 호랑이 3마리와 뱀떼, 악어, 심지어 플라밍고의 습격으로 차례차례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호랑이들은 배에 막 뛰어올라와서 앞발로 배를 막 부수기 시작하는데 불과 10m도 안떨어진 곳에서 주인공 일행 3명이 총을 미친듯이 쏴대도 한발도 안맞고 오히려 배에 불만 붙는다. 총을 처음 쏘는 사람도 저거리라면 맞을 듯도 한데 주인공일행은 다들 근육은 미친듯이 키워서 굳이 다 웃통도 까고 다니면서 총알이 다 될때까지 호랑이 털끝도 못건드리고 다 죽는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건 주인공과 어떤 로멘스도 없었고 여주인공인줄도 아무도 몰랐던 무식하게 큰 가슴의 여주인공만 남는데 가장 비중이 높고 강하던 친구가 호랑이와 맨손격투를 벌이다가 죽을때쯤 친구를 내버려두고 자기들에게 다가온 새끼 백호를 잡아서 어미 백호에게 돌려준다. 그리고 숲을 빠져나갈때 다른호랑이 두마리가 접근하자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미 백호가 나타나서 다른 호랑이들을 물리쳐준다…… 주인공과 여주인공은 나뭇조각을 타고 표류해서 돌아가 예전에 동생이 데려간 새끼호랑이를 데려와 어미호랑이에게 돌려주고 정글에서 여주인공과 키스를 하며 영화가 끝이난다……
영화는 정말 최악이었지만 좌석이 편해서 다들 잠을 잘 잔것 같았다. 시간이 남아서 아메다바드에 있는 계단식 대형 우물을 보러 갔다. 역시 릭샤왈라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되었다. 100루피 정도는 낼거라고 생각했는데 50루피래서 와 하고 탔더니 전혀 이상한 곳에 내려주었다. 우리는 여기가 아니라 저기다 라고 지도를 보여주니까 여기까지는 150을 내야 한단다. 우리는 이건 니잘못이니 못간다고 싸우다가 그냥 돈을 안내고 내려버렸다. 그러자 기사는 한참 후 다시 돌아와서 100에 가 주겠다고 했다. 처음에 우리는 릭샤를 타고서도 이 기사가 앙심을 품고 뭔 짓을 할까, 혹은 나중에 돈을 더 달라고 하지 않을까 불안불안했는데 사실 더 문제는 이놈이 길을 모르는거였다ㅋㅋㅋㅋㅋㅋ 거의 여섯번정도 길을 물어본것 같다. 처음에 불신에 차있던 우리는 기사에게 점점 정이 가기 시작했다. 어쨌든 나쁜생각이 아니라 어떻게든 데려다줄려고 하는거니까. 갔던길을 다시 돌아갈때쯤 우리는 다들 내리면 돈을 좀 더 주기로 합의했다. 마침내 우물에 도착했을때 우리는 기사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기사는 처음 우리를 다른곳에 내려주었을때부터 굳었던 얼굴이 풀어지며 웃음을 지었다.
어느 판타지 영화나 게임에서 지하던젼의 입구를 연상케 하는 지하우물은 아메다바드에서 가장 신비한 곳이었다. 그리고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다. 큰 건물 몇개 규모의 지하우물은 계단식으로 깊어져서 총 6층까지 내려가는데 3층까지만 내려가도 꽤 어둡고 박쥐들이 날아다녀 섬짓했지만 묘하게 흥분되는 것이 있었다.아쉽게도 보존이 안되어 물은 모두 말라있었지만 덕분에 끝까지 내려가볼수도 있었다. 물이 차면 그저 잠겨버렸을 지하 6층까지 기둥하나 벽 하나에 꼼꼼하게 신의 모습과 꽃 문양들이 아름답게 조각되어있었다. 인도인들은 어디라도 밋밋한 것을 참지 못하는 모양이다.
올라와서는 아메다바드 역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곧 송학이형과 헤어졌다. 진우,완선이와 헤어질때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인파솎에 섞여 쫒기듯 헤어지고 나중에 아쉬워했는데 이번에는 이별할 시간이 충분이 있으니까 또 이상한 기분이었다. 괜히 함께다니며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보고. 지난 여행때는 돌아오자마자 한달 안에 동행들을 다시 만나고 주기적으로 계속 보고 그랬었는데 진우도그랬지만 송학이형도 세계일주 중이다 거의 5년가까이 한국에 돌아가지 않으실테니 다시 만나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것이라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나 역시 최소 1년은 한국에 돌아가지 않을 예정이라 완선이와 윤이와도 이번에 헤어지면 다시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