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2014/08/19 보드나트
황지용
2014. 10. 29. 10:33
2014/08/19
7시쯤 일어났다
9시 30분까지 보다나트 사원에 가기로 해서 씻고 이래저래 택시를 탔다
사원앞에서 입장료가 비싸서 좀 기다리다가 절에 간다고 어디어디 간다고 사진을 보여주니까 들여보내줬다
보다나트 사원의 거대한 스투파를 끼고 돌면서 여기저기 목적지를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누군가 비둘기 모이를 팔고 사람들이 그걸 사서 뿌려대서 비둘기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구역이 있었는데 진짜 최악이었다 ㅋㅋ
그쯤 그저께 비행기를 같이 탔던 분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계속 길을 물어보다가 지나가는 스님이 마침내 길을 알려줬다
그냥 저쪽이란다 ㅋㅋㅋ 아 한 10분 걸었는데 안나온다 ,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고 또 스님찾아서 물어보니까 또 저쪽으로 500미터정도? 또 한 10분 걸었는데 또 안나온다 ㅋㅋㅋㅋㅋ 여기가 보다나트 사원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거기는 거대한 마을의 입구일 뿐이었고 그 안에 엄청 넓은 구역위 티베탄 콜로니가 있었다. ㅅㅂ 1km는 걸은거 같은데 뭔 500터야 하며 물어물어 다섯번을 물어 도착한 Sakya Monastry, (International Buddhist Academi)
어제 댄스스쿨에서 본 중국 여자가 대문을 열어줬다
들어가서 따시델레(티벳어로 헬로) 하자 열댓명의 젊은 스님들이 우동집 이랏샤이마세~ 느낌으로 굵고 쾌활하게 따시델레~ 하고 맞아줬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차를 내줬다
좀 더 하얀 느낌의 짜이
15km 가량 걸음 나는 더워서 땀을 뻘뻘흘리며 손수건으로 닦아가며 겨우 뜨거운 차를 마시고 광주형님은 유창한 중국어로 어제 만난 중국여자A와 그 여자의 동료교사인 좀 더 이쁜 중국여자B와 중국어를 잘 하는 티벳 스님들과한참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냥 멀뚱멀뚱 땀 닦으며 차만 마셨다
좀 있다가 티벳 스님은 수업이 있다며 가시고 네명만 남았는데 처음에는 중국어 대화에 못 끼고 가만히 계속 있다가 나중에 어제만난 사람과 트래킹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영어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내가 중국에 다녀온 이야기나 마라탕과 샹차이를 좋아한다 뭐 그런 얘기에 빵빵 터졌다.
한국여자들이 성형을 많이 하지 않냐는 얘기에 그렇다 하고 고치고 싶은데 없냐 하니까 코를 높이고 턱을 깎고 싶다 해서 코 높이는 마사지와 돌돌이 사용을 추천해줬다
광주형님은 나중에 온 영어가 서툰 여자 B가 맘에 들었는지 B와만 얘기를 했고 나는 영어가 꽤 유창한 A와 한국의 정세, 살인적물가, 성형천국……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A에게 혹시 여기에 영어강의가 있다면 여기 머물면서 불교를 공부하고 싶다고 하자 나중에 알아봐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어쩌면 네팔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ㅋㅋ
곧 두 여자가 수업에 들어가게 되서 수업에 같이 들어갈건지 물었는데 나는 그냥 구경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얼굴이 하얗고 영어를 잘하는 중국 꼬마 하나를 불러 우리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이름을 물어보자 자기 이름을 idiot이라고 건성으로 소개한 12살 난 중국아이는 까칠한듯 하면서도 꽤 친절하게 우리를 데리고 건물 여기저기를 보여줬다. 도서관, 티벳 예전 문서가 보관된 도서관, 명상하는 곳, 옥상에서는 카트만두 시내 전부와 주변을 둘러싼 높은 산들도 볼 수 있었는데 절경!!
계단을 내려오더니 내손에 조그만 콩 세알을 쥐어주었다
그러고보니 아까 차마실때부터 콩 몇알을 계속 손에 꼭 쥐고 다녔다
먹는거냐 먹을 수 없다 하고 심을 거냐고 역시 콩이 "broken"이라 먹을 수도 심을 수도 없다고 하며 그냥 던지고 싶은데 던지란다, 강아지나 자기한테 ㅋㅋㅋㅋㅋ 스님들한테는 던지지 마란다 ㅋㅋㅋㅋ
암튼 나의 어린시절을 딱 떠오르게 하는 이 멋진 소년은 사진찍는것도 허락해주지 않았다.
이 친구는 안내가 끝나자 바람과 같이 사라져서 다시 볼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중국 여자(이때부터 Tang Laoshi-당선생 이라고 불렀다)가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서 나는 티벳 절밥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지만 당선생은 오늘 사람이 너무 많아 음식이 모자랄 수 있으니 우리는 나가서 먹자고 했다.
갈때는 급하게 가느라 잘 보지 못했던 티벳인들 마을을 죽 따라 내려오자 재미있었다. 힌디들에 비해 일단 외모부터 친근하고, 좀더 여유있고, 절대 호객행위나 구걸을 하지 않는다. 사실 인도나 네팔에서는 티벳인들이 상대적으로 잘 사는 축에 속하기도 한다. 베지테리안이 많은 힌두교도들에 비해 티벳 쪽은 스님들도 고기를 많이 드시기도 하고 단적으로 많은 티벳 승려들이 떡대가 상당히 좋고 팔뚝도 두껍고 대부분 아이폰을 쓴다 ㅋㅋㅋㅋㅋㅋ
네팔은 소고기를 많이들 먹어서 그런지 인도처럼 미친듯이 널려있는 소도 거의 없고 개들도 좀더 덩치가 크고 털이 풍성하고, 길에 쓰래기를 버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 무척 깨끗하다. 오늘 무심코 인도에 때처럼 휴지 한장을 길에 툭 버렸는데 한 네팔인이 한참동안 나를 노려보았다 덜덜덜
그리고 네팔은 인도에서 한번도 본 적없는 정육점이 흔하게 보인다. 섭씨 30도를 넘는 날씨에 먼지투성이 거리에서 실온에 그대로 노출된 빨간 고깃덩어리에 앉은 파리를 쫒아내는 걸 보면 흠칫 하게 되지만 막상 식당에서 Buff(여기는 그냥 소가 아니라 버팔로라서 buff라고 쓴다) 로 시작되는 메뉴를 먹으면 대만족하게 되있다. 첫날 먹은 Buff chilli가 대박 맛있었는데
위생관념도 네팔이 좀 더 뛰어난지 먼지 난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그리고 술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주 조그만 슈퍼에서도 다양한 사이즈와 가격대 (조니워커 블랙부터 네팔산 보드카까지, 특히 네팔산인지 인도산인지 모르겠지만 보드카가 싸면서도 꽤 괜찮다)의 양주를 구할 수 있고 토닉워터나 탄산수도 언제나 구할 수 있다. 전문 술 가게도 아주 많고 한평도 안되는 작은 식당에도 메뉴에 위스키나 보드카가 꼭 있다. 여기는 라임의 원산지라 라임이 제주도에서 귤보는것 만큼 흔하고 온갖 향신료의 본고장이라는걸 감안하면
오오 칵테일의 천국 오오 아름답지 아니한가
아직 도미토리 시설이 좀 안좋지만 내일 포카라 가면 혼자 온갖 칵테일 다 만들어 먹을 수 있을것 같다.
인도와 네팔의 비교는 여기까지 하고
A와 함께 내려가는데 막상 A는 치과에 가야 한다면 둘이 먼저 밥을 먹으면 한시간 후에 오겠다고 했다.
뭐 그래서 둘이 같이 밥을 먹는데 뜨끈한 티벳 국수인 뚝바 는 아주아주 맛있지만 뜨거운 국물음식이라 나는 또 땀을 한바가지 쏟아야했다
식사후에 보다나트 사원을 돌았다. 네팔에 있는 스투파(탑)중에 가장 크다는 보다나트는 흘러내린 페인트 때문에 크고 볼품없었지만 스투파를 둥굴게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과 수많은 기념품점과 까페들이 볼만했다.
예전에 미처 본적없는 특대싸이즈 singing bowl의 엄청난 소리를 듣고 돌아갈때 꼭 사가기로 다짐했다.
좀 좋아보이는 루프탑 까페에 올라갔더니 진짜 유럽식 화덕에서 피자를 구워내고 있었고 서울에서도 흔치 않은 제대로 된 칵테일 바와 상당량의 와인까지 갖추고 있었다. 칵테일 가격도 450루피 선. 우리돈으로는 5천원밖에 안되지만 네팔에서는 이틀치 숙박비인지라 광주형님은 단호박처럼 박차고 일어나셨다.
다른까페를 가서 라시를 한잔 마시는데 와이파이 쓰려고 들어갔더니 마침 정전 ㅋㅋㅋㅋ 나와서 계산하려니까 딱 불이들어오는 절묘한 타이밍
곧 A를 만났는데 A의 친구의 어머니가(ㅋㅋ) A의 댄스스쿨에 등록하려고 하셔서 두명이면 비좁은 택시 뒷자리에 A와 A친구, 광주형님, 나까지 끼워타고 타멜로 돌아왔다. 정원초과 이런거 절대 없다 ㅋㅋ
결국 A와는 밥한끼 못했지만 나중에 공부할 수 있을지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고 광주형님은 어차피 A보다 B쪽이 훨씬 마음에 들었는지 ‘A랑 잘통하던데 너 가져라’ 라는 식으로 ㅋㅋㅋㅋㅋㅋ 대인배의 아량을 보여주셨다. 하하 저 진짜 관심없다니까요……
원래 어정쩡한 머리길이였는데 비누로만 머리를 감으니까 내 머리가 너무 볼품없어서 타멜을 돌며 괜찮은 모자를 하나 사려고 했는데 막상 머리에 맞는게 잘 없어서…… 라기보다는 마음에 맞는게 잘 없어서 챙 짧은 벙거지 같은걸 하나 사서 머리를 대충 가렸다. 근데 희한하게 모자를 쓰고 나니 갑자기 다들 제팬 제팬 하면서 말을 걸어왔고 하시시를 판다는 녀석들도 있었다. 나는 하하하 일본말로 저 일본인 아니에요, 하시시 다음기회에~ 하며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다시 와서 나가서 저녁 먹고 돌아와 게스트하우스 벤치에서 일기를 쓰고 있다.
누군가 강력한 향을 피워놔서 모기는 없지만 온 몸에 향냄새가 베고 있는 기분을 지울 수는 없다.
좀 일찍 자야한다 내일 아침 7시 버스로 포카라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