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9
1.
나는 항상 주인공이고 싶었다
축구를 하면 공격
바를 하면 바텐더
군악대에서는트럼펫이 하고 싶었다
영화는 감독 아님 주연이어야지
음악을 하면 내음악, 오로지 내음악.
황지용과 xx들 뭐 이런 식으로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라면 음악을 할 이유가 없지
시들하다
하지만 아무리 자의식 과잉이라고 해도 나는 계속 누군가의 음악을 듣고 누군가의 영화를 보고 요리를 맛보면서 차이를 느끼려 한다. 차이를 아는것 자체도 꽤 중요하다. 요리사에게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것은 손이 아니라 혀다. 마찬가지로 음악가는 손이나 목소리가 아니라 귀가 더 중요하고 화가는 눈이 더 중요하다.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받아들임으로서 다른것과 차이를 알고 내것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것이지 손기술만으로 앞서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재능 중에 가장 중요한 재능이 취향 이겠다
나같이 유달리 기술은 떨어지고 취향만 발달한 사람은 아티스트가 되기 힘들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바닥이니까. 나의 취향에 맞지 못하는 내 자신이 비참하고 혐오스러워지기도 한다.
everybody is an artist
어느 모자에 쓰여진 문구였나
모두가 아티스트라면 아티스트는 뭐먹고 사나
하긴뭐 아마추어보다 못한 프로도 있고 프로보다 나은 아마추어도 있다
모두가 예술가가 될 필요는 없다
스스로 예술가가 되려는 마음만 버린다면
평생 예술을 음미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현생의 기억은 현생에 그치기 때문에
아무리 윤회가 반복된다해도 삶은 한번뿐이다
일회성 인생 인생도 일회용인데 사람들은 일회용을 참 싫어한다
종이컵은 아무렇게나 잘 구겨서 두겹세겹씩 겹쳐서 버리곤 하지만 내인생이 저렇게 다른사람의 인생과 겹쳐져서 버려진다면 여전히 서글픈일이다
일회용 인간이라도 다 똑같을 필요는 없지 않나
일회용이라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일 수도 있지 않나
인도에선 바나나잎으로 만든 일회용 접시를쓴다
종이컵에 예쁜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해보고싶다
향기로운 술을 담아서 일회용 컵이지만 향기가 배도록 해보고싶다
그리고 뭔가 의미있는 최후를 맞이하게 해주고 싶다
불을 붙인 양초와 꽃송이를 올려 해질무렵 갠지스강에 떠내려 보낸다면 근사한 마무리가 되리라
하지만 어쩌면 그건 종이컵으로서 주어진 운명에 거스르는 부자연스러운 일일수 있다. 종이컵답지 않은 삶을 누리게 되는거다. 좋은 종이컵의 조건은 예쁜 색이나 향기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절한 크기와 위생상태, 얼마나 오래동안 내용물에 젖지 않는지, 얼마나 환경오염을 적게 시키는지 가 될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종이컵을 바라보고 사용하는 입장에서 그런거고 종이컵 자체는 자신의 사회적 쓸모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꼭 그래야 하는건 아니니까
인생에 단한번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