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2014/10/07 바라나시에 왔다!
황지용
2014. 10. 29. 10:43
1.
리쉬케쉬에서 바라나시까지 바로 기차를 타기로 했다.
리시케쉬는 기차역이 없어서 차로 한시간 거리인 하리드왈까지 이동해서 기차를 타야 한다. 기차시간이 밤 11시라 우린 일찌감치 갈 곳이 없어졌다. 미리 하리드왈로 이동해서 기차를 기다릴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오토릭샤를 타고 버스 정류장에 가서 20 루피 로컬 버스를 타고 하리드왈까지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일인당 50루피에 하리드왈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오토릭샤 기사덕분에 바로 가게 되었다. 물론 우리만 타는건 아니었다. 나 민규 정엽이 세명과 세명의 배낭이 들어간 오토릭샤에 다시 인도 아줌마 네명과 아이 세명까지 탔다. 그리고 앞자리에는 아저씨까지 조금 큰 오토릭샤기는 했지만 12명이 탔다. 하하 금방 가겠지 했는데 길이 엄청 막힌다. 차선은 없지만 분명히 중앙분리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략 6차선 도로에서 5차선은 상행 1차선은 하행 이다.
인도의 큰 연휴 마지막날이라서 그랬는지 리쉬케쉬로 관광을 왔다가 떠나는 가족단위 인도인 관광객이 많았다. 하리드왈에 내려준 릭샤기사는 5분만 걸어가면 기차역이 나올거라고 했다. 좀 미심쩍어서 역앞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니까 no entry no entry 하면서 못간다고 했다. 기차역 앞인데 릭샤가 못 갈리가 없잖아...... 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걸었는데 진짜 끝이없다. 하리드왈은 리쉬케쉬에 이어 갠지스강을 끼고 있는 힌두교의 성지라서 강가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몸을 씻거나 초를 띄우고 있다. 강 한복판에 진짜 시바 소리 나오게 큰 시바신상이 서있었는데 사진찍을 기력도 없어서 패스. 5분이라던 길은 5km로 밝혀졌다. 이미 어두웠고 더웠고 기차가 출발하기까지는 4시간 이상 남아서 좀 좋아보이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밥값이 다른곳의 두배정도 되서 망설였지만 에어컨 레스토랑의 유혹을 이길 수 없었다. 넉넉히 시간을 보내다 가야겠다~ 라고 했지만 드물게 나비넥타이까지 메고도 '서비스'라는 개념이 완전히 결여된 직원들은 우리가 밥을 다 먹기 무섭게 와서 그릇을 다 가져가며 anything else?라고 쳐다봤다. 음료를 하나 시켜서 마시니까 또 와서 다 마시면 나가야된다. 좀 있으면 바쁜시간이라 자리를 비워야 한다며 나가라고 했다. 빈자리 많지 않냐 좀만 있다가 나가자 해도 단호박.
결국 로비로 쫒겨났다. 에어컨은없지만 버틸만 했다. 아이언맨에 관한 뻘글로 시간을 때우다 기차시간이 되었다.
슬리퍼 기차 생각보다 탈만하네! 겨울에야 더없이 쾌적하고 편한 슬리퍼 기차지만 더운 여름에 에어컨 없는 기차를 타는게 상당히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리앞에는 4자리가 남았는데 5명의 인도인 가족이 어째서인가 탔다. 그리고 편하게 잠들었다 일어나고 지옥이 시작됐다. 11시에 기차에 타서 곧 1시쯤 잠들고 아침 8시부터 자리를 접고 앉아있는데 점점 더워진다. 누웠을때보다 다들 앉으니까 훨씬 좁다. 맨 윗칸에 누웠던 사람들이 다 내려와서다. 5명의 인도가족은 우리쪽으로 발을 뻗고 그 기차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클린징하고 양치하고 도시락까먹고 과일꺼내먹고 아저씨는 갑자기 웃통을 벗고 허리에 천을 두르더니 화장실을 다녀왔다 설마 샤워를 한것인가......
미친듯이 더워졌다. 다리를 펼수도 접을수도 없고 누울수도 없고 더워서 잘 수도 없고 땀은 끝도 없이 내리고 식욕은 완전히 사라지고 핸드폰 배터리는 달아가고!!
바깥온도는 34도. 습도는 89% .체감온도 40도가 넘는 달리는 쇳덩어리 안에 기차 한칸에 70명이 넘는 사람이 빼곡히 들어가서 무려 20시간을 달리는거다. 사실 우리 앞에 있던 가족은 콜카타 까지 가니까 우리를 내려놓고도 10시간 이상 더가야 했다 ㄷㄷㄷ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기차가 마침내 바라나시에 도착한 4시가지 우리는 서로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다. 하염없이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철창사이의 좁은 창밖을 그저 바라봤을 뿐이었다. 무력하게 시간이 가기만 기다리고 있자니 마치 군대에 와있는것 같았다. 한여름의 초병근무.
당신이 인도를 여행하는 계절이 겨울이라면 슬리퍼 클래스는 추천할만하다. 여름이라면 그냥 싼방에 자고 에어컨 있는 기차를 타길 바란다.
2.
바라나시는 편하다
모든것이 여행자들을 위하여 준비 된 듯이
돈 없으면 돈 없는대로 돈 있으면 돈 있는대로 즐길거리 먹을거리도 많다.
어제는 죽도록 더웠는데 오늘은 괜찮은 편이다.
여행의 목적이 물가 싸고 날씨 좋은데에서 편하게 죽치는 것이 일본 여행자들은 아직 더워서인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겨울에는 바라나시에 두세달씩 머무는 일본 여행자들로 올드 쿠미코 게스트 하우스의 도미토리가 꽉 차야 하는데, 그들이 아침마다 피워대는 마리화나 냄새는 간데없고 거의 30명이 넘게 잘 수 있었던 쿠미코 도미토리에는 몇년째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러시아 친구 한명을 빼고는 8개의 빈 침대가 휑 하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좀 더 선풍기 바람이 강한 싱글룸에 하루에 130루피를 내고 머물기로 했다.
3년전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맨날 놀던 레바 게스트하우스는 이제 주인이 두번 바뀌고 젊은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다.
그때는 음식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음료도 있고 맥주도 가져다놓고 파셔서 좋았지만 갈때마다 뭔가를 먹긴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기도 하다.
레, 마날리, 맥간에서 모두 마주쳤던 사람들이 있어서 드디어 같이 술을 한잔 나눴다. 마치 내가 인도에 처음왔을때처럼 잔뜩 들떠있어서 귀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5월부터 집을 나와 한국에서도 계속 이리저리 떠돌기만 했더니 따지고보면 여행이 5개월째다. 나는 언젠가부터 너무 무덤덤해진건 아닌가 싶다.
그전에 여행왔을때는 진짜 매일 들떠서 신이 났던것 같은데 요즘은 무표정이 대부분이다. 놀랄것도 새로울것도 없는 여행이다. 또 그러고보면 그때는 항상 동행이 있었고 다들 처음이라 다같이 설래고 신났었던것 같다. 신나는 사람들과 함께 다니면 나도 좀 신이 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