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2014/18~20 마날리
황지용
2014. 10. 29. 10:41
2014/18~20 마날리
마날리에서는 Fuji라는 루프탑 레스토랑이 달린 Negi 게스트 하우스 라는 일본인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싱글룸이 150루피밖에 안해서 좋았다.
마날리는 Old Manali, New Manali, Vashisht 이렇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지역마다 걸어다니기에는 거리가 좀 있어서 보통 한군데 자리를 잡으면 그쪽에만 머물게 되는데 나는 바쉬싯 이라고 하는 쪽에 있었다.
바쉬싯에 있는 사원에는 온천이 있다.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서 길가의 공중 수도 같은데도 끝없이 온천수가 나오는 수도꼭지가(잠기지 않는) 4~5개 있는데 물이 제법 뜨겁다. 바로 옆에 공중 목욕탕이 있는데 10평 정도 되는 돌로 둘러싸인 공간에 허리높이로 탕이 있고 탕으로 뜨거운 온천수가 계속 쏟아지는 호스가 있다. 웃긴건 탕 바로 옆에 샤워장이 있는데 샤워장에서 쓰는 물은 탕을 거쳐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갖 흘러나온 온천수는 맑고 따뜻하고 몸에 좋아보였지만 탕은 그렇지는 않았다. 일단 우리에게 익숙한 이온음료 색깔로 색이 탁했고 단백질, 먼지, 깃털 등이 뭉쳐서 둥둥 떠있다. 아마도 탕 청소 같은 걸 전혀 안하는 듯했다. 그래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몸을 씻으러 왔다. 근처 사는 주민들은 거의 매일 여기서 씻는 듯했다.
인도 사람들은 공중 목욕탕에서도 절대 팬티를 벗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랑 일본 말고는 공중목욕탕같은 개념이 잘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야외고 위쪽 언덕에 담이 있어도 살짝 발꿈치만 들면 탕 아래가 다 내려다보이기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여탕은 안보였다.
암튼 다들 와서 벽에 달린 옷걸이에 옷을 걸어놓고 아래에서 샤워를 하고 탕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저 탕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샤워를 할 자신은 없어서 그냥 탕으로 들어갔다. 탕은 제법뜨거웠는데 그래도 못버틸 정도로 뜨겁진 않아서 우리나라 대중탕에서 딱 푸근하게 앉아있을만한 온도였다. 나말고도 백인 몇명이 있었는데 나와서 발만 담그고 있었다. 탕은 그대로 허리높이로 되있고 앉거나 할 수 있는 단이 없어서 목까지 담그려면 쪼그리고 앉아야 했다.
아침 목욕삼아 왔는데 여기서 얼굴을 담그거나 머리를 감을 자신은 없어서 30분정도 탕에 담그고 있다가 새로 흘러나오는 물에 얼굴과 머리만 비누칠없이 행구고 나왔다.
지금은 무료로 이용하고 있는데 입장료를 조금씩 받아서 한사람이 맡아 하루한번 청소정도만 하고 샤워하는 물을 새물로…… 바꾸기만 한다면 진짜 외국인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텐데 하고 아쉬움이 좀 남았다.
네기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에 CAFE J.J. 라는 한국식당이 있다. 뭐 마날리에서 할거 없나 물어보러 갔는데 낮술 한잔 걸친 한국인 남자 둘과 일본인 한명이 있었다. 저녁에 술한잔 하자 해서 저녁에 갔더니 이미 얼큰히들 취해있었다. 한사람은 인도에서 여행아닌 일을 하는 사람이라 오래 있었다는데 그날 아이폰을 잃어버려서 무척 힘들어하고 있었다. 일본친구는 동양화가이자 전직 바텐더 였는데 그림좀 보여달라고 하자 사진을 보여줬다. 그림이 일단 좋았고 동양화라고 해도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화같은 느낌이 강해서 신기했다. 정작 본인은 한국화의 영향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일본에서는 젊은 느낌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그게 한국 수묵화랑 비슷한느낌이랄까
술떨어져서 내가 사오겠다고 하고 나갔다오니까 두사람은 도망가고 핸드폰 잃어버린 분만 남아있었는데 이사람이 너무 취해서 좀 진상이었다. 옆에있던 프랑스 남자에게 온갖 말을 앞뒤없이 늘어놓자 사장님이 이제 들어가라고 했지만 말도 듣지 않고. 나랑 사장님이 한참 설득해서 겨우 보냈다. 내가 사온 술은 거의 안마시고 킵해놓고 갔는데 다음날 가보니 그사람이 심지어 반 가까이 마셔서 빡쳤다. 비싼 거였는데. 어딜가나 술버릇 나쁜 한국인이 최고진상.
떠나는날 J.J.까페 사장님이 혹시 인도에서 2년정도 살아볼 생각 없냐며 자기 가게를 1000만원에 사지 않겠냐고 지금 내놓는다고 했다. 흠 좋지. 7개월 일하고 5개월 놀고. 여기도 장사가 안되는편은 아니니 워킹홀리데이 같은거 가서 버는 만큼은 벌고. 맥간의 Dirty Loundry같이 여행용품 벼룩시장같은 가게 하면서 있으면 괜찮을거 같긴 한데....... 생각해본다 하고 나왔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일본인들은 처음본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뭐 딱히 해주는건 아니지만 옥상에 앉아있으면 일단 꼭 인사들을 하고 피우던게 있으면 꼭 권하고 한잔 한모금을 얻어마셔도 다음날까지 고맙다고 한다. 여기도 일본 장기 여행자들의 소굴 같은 느낌이었는데 사실 많은 일본 여행자들이 그렇듯 거의 이동을 하지 않고 투어나 트래킹 같은것도 하지 않고 한군데에 계속 산다. 10살 남짓의 아들딸과 함께 온 40대 후반 부부도 있었다. 엄마는 게임보이를 가지고 노는 아들 옆에서 능숙하게 담배를 말아서 나에게 건냈다.
인도에서 일본 음식점에 가면 제법 만족스럽다. 특히 돈부리 종류는 훌륭한데가 많다. 닭고기와 계란이 함께 있어서 오야코(아빠아들)라고 부르는 오야코동같은 경우는 아주 먹을만하다. 한국 식당에서 된장 찌개나 김치찌개를 선호하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오히려 나는 한국인이라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잘 사먹지 않는다. 찌개 끓이는 법은 집집마다 다르니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의 된장찌개지만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누군가의 된장찌개가 될수도 있는거다. 김치도 마찬가지.
돈부리 종류는 한국에서도 어차피 외국음식이니까 별로 까다롭지도 않고 밥과 반찬을 함께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인도에서 왠만하면 우동 종류는 시도하지 않는게 좋다. 우동은 원래 면이 90%인데 여기는 우동 생면을 구할 수 없어서 납작한 딸리아뗄레 같은 면을 쓰는데 맛이 최악이다.
숨쉬기 편하고 춥지도 않은 곳에서 며칠 라다크에서 고단했던 몸을 푸니까 좋았다.
셋째날 저녁에 판공초에 같이 갔던 국희누나, 성희, 민영이가 마날리에 왔는데 올드 마날리 쪽에 숙소를 잡아서 만나려면 한참을 가야했다. 마날리에 송어가 유명해서 함께 한국식당에서 송어회를 먹자고 해서 혼자 릭샤를 타고 올드 마날리로 건너갔다. 내일 레 에 올라갈 왕년에 연극하셨던 중년 형님과 또 어떤 아주머니, 중년형님과 함께 레에 올라간다는 얼마전에 그만둔 간호사 언니도 함께 있었다. 송어는 성희에게 델리에서 짐을 맡기게 된 국희누나가 쏘기로 하고 술은 중년형님이 사셔서 오랜만에 거나하게 한잔 했다. 오랜만에 이빨이 터져서 신나게 떠들었다. 건너가기에 늦은 시간이라 민영이 방에서 잤다.
다음날은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헤어져서 바쉬싯에서 쉬다가 저녁에 버스를 타러 내려갔다.
맥그로드 간즈로 오는데는 저녁 7시반에 출발해서 새벽 5시쯤 도착했으니까 10시간정도? 이정도는 이제 진짜 껌이다. 비가 왔다.
음악을 들으면서 눈을 감을까 하는데 후방에서 다가오는 트럭이 보였다. 트럭은 우리 버스를 추월하려고 하다가 앞차를 봤는지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끼익 하는소리와 함께 오른쪽 길박으로 나가 바위에 쾅 하고 부딧히고는 그대로 한바퀴를 회전하여 멈췄다. 회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내가 타고 있는자리에 그대로 부딧힐 뻔했다. 버스에 탄 우리는 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창밖을 내다봤지만 버스기사는 잠시 멈추더니 그냥 계속 달렸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진짜 죽을뻔했네. 마날리에서 레 로 가는 길에도 언덕에서 굴러떨어진 트럭의 잔해나 언덕에서 속도를 못줄여 벼랑에 걸쳐진 채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된 트럭을 보긴 했지만 직접 옆에서 사고나는걸 보니 진짜 아찔하다.
이렇게 저렇게 새벽에 맥간에 떨어졌다.
버스스탠드 앞에 택시기사들이 잔뜩 있지만 여기서 택시타면 초짜!! 맥그로드 간즈의 메인 스트릿은 버트 스탠드에서 걸어서 5분내의 거리에 있다. 배낭을 뚤뚤짊어지고 성큼성큼 걸어 맥간 메인스트릿에 당당히 들어왔는데 흠. 아직 새벽이라 어딜 가야할지 모르겠다. 다음주에 달라이라마의 티칭이 있어서인지 방값도 비싸고 방이 잘 없는 데도 많다. 나는 전에 겨울에 와서 굉장히 싼 가격에 굉장히 좋은 방에 있었는데 겨울이 비수기란다. 흠 겨울에 눈도 오고 이뻐서 성수기일거 같은데 인도는 대부분 더우니까 아직 더운 이런 계절에 북부인도가 다 붐빈다고. 생각해보면 당연한건데. 암튼 사람 무지하게 많다.
길에서 방 찾아냐고 다가오는 사람 따라 가보니 방은 되게 좋은데 무려 400루피다. 일단 첫날은 비싸도 어쩔수 없다. 새벽에 길가에서 계속 앉아있을수도 없고.
근데 방은 참 좋다 이럴때 진짜 동행이 있으면 좋겠다 싶다. 도미토리나 싱글룸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그리 많지 않아서 여행하다보면 대부분 더블베드가 있는 방을 혼자쓰게 되는데 그러면 보통 1.5인분의 요금을 내게된다. 요즘은 평균 400루피정도다. 3년전에 평균 200루피로 다녔는데 ㅜㅠ 빨리 바라나시 갈까 80루피 도미토리..... 전엔 한겨율에 왔을때 전망 끝내주는 큰침대 있는 방에서 혼자 200루피 주고 있었는데 오늘 하루종일 돌아다녀봤지만 그런방은 없다.
30분 정도 산을 더 올라가는 다람콧, 박수 쪽이 싸고 좋다고 해서 오늘 올라갔는데 다람콧은 싸고 너무 좋긴한데 주변에 흔한 슈퍼하나 없어서 걸어다니자니 빡쎄고, 박수쪽은 방이 졸은데 ㅋㅋㅋㅋ 너무 좋다. 차마 200루피 부르기도 미안할만큼 좋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레에서, 마날리에서 봤던 분을 만나서 칼상 이라는 게스트하우스로 짐을 옮겼다. 하루에 250루피에 공동화장실. 그래 이정도가 내 형편에 맞지.
오늘 아침에는 세큐리티 오피스에 가서 달라이 라마 티칭 등록을 했다. 여권과 사진 두장을 가지고 가서 줄을 서있으면 사진이 들어간 배지 같은걸 만들어준다. 24~26일까지의 강연 전부와 10월에 있을 강연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하아 드디어 먼곳 와서 가르침을 받고 가는구나.